여름내 쟁여놓은
사랑이 한 다발이다
꽃자리 마디마디 별빛이 알을 슬고
목청 긴 귀뚜라미가 삼화음을 보탠다
타다닥 튀어 볼까
자르르 굴러 볼까
햇살이 불 지피고 갈바람이 보태면
비로소 열리는 하늘 우주가 쏟아진다
고소한 냄새가 매력인 깨는 5월에 씨를 뿌려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이면 깨털기를 한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양동이로 물을 주며 정성을 다해 보살펴야 한다.
목청 긴 귀뚜라미의 삼화음으로 청명한 가을 하늘이 기분 좋은 날, 여름내 쟁여놓은 깨를 터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1수에서는 깻단 한 다발에 별빛이 알을 슬고 귀뚜라미가 화음을 보탠 사랑이 묶여있다. 2수에서는 알알 그 사랑이 제 2의 생을 찾아 떠나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다. 우주 삼라만상이 다 키우고 보내는 이치는 같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며 진한 서정에 한참 머물게 한다.
지금은 한창 꽃자리 마디마다 햇볕에, 별빛에 알이 슬고 있겠지. 남은 여름 한철 지나면 우리는 타다닥 튀어서 자르르 굴러서 햇살과 갈바람이 보태는 새로운 생을 시작하는 깨를 볶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