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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책 이야기] 오싹함에 끌려 읽다보니 쓸쓸한 아름다움에 ‘푹’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7-03 19:22:53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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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는 뭘 하든 금방 귀찮아져 던져버리고 싶어진다. 그러고 보면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주위 공기가 좀 서늘하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 제격이긴 하다. 여름나기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책 두 권을 소개한다.

그저 으스스한 소설이려니 하고 읽었다가, 그 쓸쓸한 아름다움에 푹 빠져 정말로 더위를 싹 잊어버렸던 책이 있다. 이제는 여름만 되면 생각나서 다시 펼치곤 한다. 브램 스토커의 장편소설 ‘드라큘라’. 원작에서 묘사한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은 많은 영화나 만화 등에 등장하는 드라큘라의 원형이 되었다. 소설 속 드라큘라를 만나보자.

“그의 얼굴은 억센 독수리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콧날이 날카롭고 콧마루가 오똑하며, 코끝이 삐죽하게 아래로 숙여져 있다. 이마는 됫박을 얹어 놓은 것처럼 불거져 있고, 살쩍에는 털이 버성기지만 머리숱이 많고 곱슬곱슬해 보인다. 눈썹도 숱이 많으며, 콧마루 위쪽에서 거의 맞닿아 있다. 입매는 딱딱하고 조금 잔인한 느낌을 주었고, 기이하게 날카로운 하얀 이가 입술 위로 비죽 나와 있는데, 그 입술이 유난히 붉어서 그의 나이에 걸맞지 않은 싱싱함을 느끼게 한다. 또 귓바퀴는 파리하고 끝이 매우 뾰족하다. 턱은 넓고 억세며, 뺨은 여위었으나 단단해 보인다. 그의 얼굴이 주는 전체적인 인상은 대단히 창백해 보인다는 것이다.”

‘드라큘라’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마침내 그 두려운 존재를 물리친 과학, 그리고 빅토리아 시대 여성관과 영국인의 성 의식까지 여러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그런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흡혈귀라는 존재로 무더위를 쫓아줄 작품이다. ‘드라큘라(일러스트판)’(이세욱 번역/열린책들)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페르난도 비센테의 작품을 수록해 소설 분위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저주토끼
드라큘라
정보라 작가의 호러/SF/판타지 소설집 ‘저주토끼’도 이번 여름에 또 읽고 싶다. 이 소설집은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3년에도 미국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최종 후보에 들었다. 현재 전 세계 24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는 등 꾸준히 다양한 언어로 뻗어나가고 있다.

마침 10만 부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이 래빗홀 출판사에서 올해 6월에 다시 출간됐다. 여러 민담과 설화, 동화, 전설의 형식을 차용한 수록작 10편은 어린 시절 즐겨 듣던 무서운 이야기처럼 오싹하다. 익숙한 일상에 틈입하는 기괴한 환상에 거칠고 격발된 감정이 전하는 묘한 위로가 겹친다.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너무나 현실적이다. 정보라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저주토끼’는 환상호러 단편집이고, 환상호러 장르는 대중문학에 속하며, 대중문학은 교훈이나 가르침보다는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장르이다.” 독자로서 이 말은 이렇게 들린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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