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쓰고 싶다
잠자리 날개에 비친 날빛 여린 오후에는
하늘이 한 장 드리운 선화지에 뜨는 얼굴·····
그리움도 잎새 곁에 시나브로 단풍 들고
바람은 가지 사이 조수처럼 흐르는데
조금은 야윈 숲들이 목관악기 소리 낼 즘
푸른 정에 핏줄이 선 손그늘 드리운 채
가을 오는 동구 밖을 서성거릴 그대에게
그 여름 달군 사연을 쪽빛 강에 풀어 쓴다
이 여름이 가고 9월이 오면 날빛 여린 오후 드리운 하늘에 못다 푼 내 마음도 그려 보리라. 아득히 멀리 있어도 너는 거기서 개발새발 쓴 편지라도 보이지 않는 음표를 찾아 색소폰 한 곡조쯤은 불어 보겠지. 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나는 너의 곡조를 느긋이 듣는 청아한 가을 아침을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