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놓고 ‘올해가 마지막 회냐’라고 농담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이 영화제가 끝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사무국 전 스태프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정한석 집행위원장이 지난 8일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BIFF의 주요 방향 등을 소개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불볕더위가 한풀 꺾이고 제법 가을이 다가왔음이 느껴지는 9월이지만 부산은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30회 BIFF를 향한 관심으로 매우 뜨겁다. 영화계 관계자와 관객 모두 하나같이 올해 영화제를 향해 “게스트도, 작품도 ‘역대급’이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상영작은 연일 매진 행렬이고, 관객 역시 역대 최다를 갱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BIFF 정한석(51) 집행위원장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하고 맞는 첫 영화제이자, 30회라는 기념비적인 행사를 잘 치러야 한다는 중압감을 잊고 행사 준비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올해는 특히 관객들이 원하는 게스트와 작품을 초청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벌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기쁘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경쟁 부문’이다. BIFF는 30회라는 기념비적인 해에 걸맞게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올해부터 ‘경쟁 영화제’로 전환을 선언했다. 처음 도입한 경쟁 부문은 14개 출품작을 놓고 심사를 거쳐 ‘부산 어워드’라는 이름 아래 5개 부문(대상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을 시상한다.

정 집행위원장은 “첫 경쟁 부문을 모두 훌륭한 작품들로 꾸리게 돼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경쟁작에는 중진 장률 감독의 신작 ‘루오무의 황혼’(월드프리미어)을 비롯해 각국을 대표하는 중견 감독의 신작과 당돌함으로 똘똘 뭉친 신인의 데뷔작 등 다채로운 작품이 포진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경쟁작 발표 이후 작품에 대한 투자와 배급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개막 전부터 일부 작품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화제를 통해 좋은 작품이 조명되고 이 작품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그 관객이 영화제를 찾는 선순환이 일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요?”

올해는 폐막작을 따로 선정하지 않고, 경쟁 부문 대상 수상작이 폐막식에 상영된다. 또 전반부에 몰려 있던 주요 프로그램을 행사 전체에 고르게 배치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축제 열기가 급격히 식는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었던 만큼 마지막 날까지 긴장감과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과감히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영화제 막바지에도 ▷국내 대표 거장 봉준호 감독이 참여하는 까르뜨 블랑슈(23일) ▷세계적인 배우 줄리엣 비노쉬의 ‘마스터 클래스’(25일) ▷이창동과 두기봉 두 거장의 대담이 펼쳐지는 ‘스페셜 토크’(25일) 등 굵직한 프로그램들이 예정돼 있다.

특히 정 집행위원장은 올해 행사를 넘어 내년의 BIFF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그는 “올해 행사는 지난 29년간 BIFF가 쌓아온 아시아 영화와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그간 영화제의 외연을 넓히는 데 집중해 왔다면 이번 행사를 잘 마무리한 뒤에는 지역사회와의 연대에 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올해가 마지막 회냐’는 농담이 나올 수 있도록, 주어지는 매 순간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준비하겠습니다. 거창하게 말씀드렸지만 결국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는 말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