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서각의 뿌리 위에 현대미술의 감각을 더해온 청재(靑齋) 박석균 작가가 다시 한 번 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청재 박석균 초대전 포스터.

오는 10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경남 김해시 율하2로 남명갤러리에서 열리는 ‘선과 마주하다-청재 박석균 초대전’은 그의 예술 세계를 집약한 자리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 세계를 “서예, 조각, 회화를 아우르는 토탈 아트이자 문자와 선의 조형적 융합을 완성한 미학의 결정체”라며 이번 전시를 “한국 서각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했다. 이번 전시는 남명갤러리 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남명건설㈜이 후원한다.

한국 추상 문자미술의 대표 작가인 박석균 작가는 서예가로 출발했으나 예의 필법과 정신성을 바탕으로 조각적 표현을 탐구했고, 나무라는 자연 소재와의 교감을 통해 서각(書刻)의 깊이를 확장했다. 그는 여기에 채색법을 결합하며, 단색의 전통 서각을 다채로운 색감과 입체미를 지닌 회화적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이러한 과정에서 ‘글자를 새기는 것’을 넘어 ‘글자를 그리는 예술’로 진화했다. 그는 8번의 개인전을 통해 서예의 조형성과 회화의 현대성을 결합한 독창적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다. 김종근 평론가는 이를 두고 “글자의 조형적 본질을 탐색하며 서예의 경계를 넘어선 실험정신의 결정체”라 평했다.

박석균 작가의 예술 중심에는 ‘선’과 ‘문자’가 있다. 그의 대표작 〈선의 변주〉 시리즈에서는 선이 마치 호흡하듯 공간을 가르고 울림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를 “선은 말한다. 소리 없이 그러나 누구보다 강하게”라는 화두로 표현한다. 그는 〈문자 추상〉에서 문자 그 자체를 회화의 구성요소로 재해석해 인간의 감정과 사유를 담는 ‘형상화된 언어’로서 표현했고, ‘나랏말싸미’로 대표되는 <자음 시리즈>는 문자 자체가 울림을 가진 존재로 변모하는 독창적인 시도다.

최근 박석균 작가는 공공조형물 작업과 디지털 콘텐츠 전환을 병행하며 예술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전통 서각의 물성을 기반으로 하되, NFT나 온라인 전시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 서각의 미학을 세계 무대에 알릴 준비를 하고 있다. 김 평론가는 “그의 작업은 단순히 전통의 재현이 아닌, 전통을 현재로 소환하는 창조적 행위”라며 “청재 박석균은 한국 서각의 현대화를 이끌며, K-컬처 속 조형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석균 작가는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 국제각자연맹 이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서각협회 자문위원과 한국서예협회 서각분과위원장으로 있으며 인제대학교 미래교육원에 출강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서예총연합회 특별기획전 「청룡·백학전」, 한국서예협회 특별기획전 「일파만파전」 , 문자문명전,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전 등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