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를 사랑하는 작가·번역가·감수자가 만나 탄생한 책

미샤 메이너릭 블레즈의 그림. “생태학의 가장 중요한 법칙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새를 통해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미샤 메이너릭 블레즈·단추 제공

표지가 눈길을 확 잡아끈다. 제목에도 마음이 끌렸다. 본문을 펼치면서 책 제목 따라 말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책이라니!”

미샤 메이너릭 블레즈의 ‘이토록 사랑스러운 새’는 새의 생태뿐만 아니라 과학,역사 문화 신화 속에서 새가 어떤 존재로 자리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지식 그림책이다.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지구는 엄청나게 다양한 새들도 가득해요. 새는 깃털이 있고, 알을 낳고, 매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요. 이 날개 달린 척추동물들은 일곱 대륙 어디에나 살고 있어요. 세계에는 1만 종이 넘는 새들이 있답니다.” 그리고 책을 꽉 채워서 새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예쁘고 깜찍하면서도 특징을 잘 표현한 새 그림. 정보를 쉽게 전달해 주는 짧은 설명글. 이런 공격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지식그림책이 이런 거구나 하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아쉽다.

이 책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미샤 메이너릭 블레즈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콜로라도 로키 산맥에서 자랐다. 자연과 인간, 생명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믿음으로 작업해 왔으며 환경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 번역가 이지원은 그림책 연구자이며 미술사를 전공한 큐레이터이다. 새의 노랫소리를 듣고 새들을 구별하는 법을 배우며 새를 보려고 들판과 갯벌, 사막에 한없이 서 있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이 책을 만나서 날아갈 듯 기뻤다고 한다. 번역하는 동안 얼마나 신이 났을지 짐작이 된다. 책을 보면 원저자의 마음과 번역가의 마음이 착착 들어맞는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감수자인 박종길은 조류 전문가로 현재 국립공원공단 보건정책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자, 번역가, 감수자까지 모두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책이다.

빨간 피만 빼고 몸 전체가 다 검정색인 인도네시아 자바의 고유종 닭 ‘아얌 세마니’, 모히칸족 본성과 펑트 록 감성이 어우러진 우아한 ‘빅토리아왕관비둘기’, 야생에서 사는 새 중에서 몸길이에 비해 가장 긴 꼬리(1미터까지 자란다)를 가진 ‘수컷 리본꼬리 극락조’, 무려 1000개가 넘는 노래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수컷 갈색 지빠귀사촌’ 등의 새 이야기. 우크라이나의 피산키 달걀, 파베르제 보석 알, 교회 천장에 걸린 타조알 같은 문화적 상징. 비행 중 뇌의 한쪽을 쉬게 하는 ‘검은등칼새’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극제비갈매기 등 믿기 어려운 새들의 능력. 다양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자연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여기 있다”는 메시지 아래 이 책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되돌려준다. “생태학의 가장 중요한 법칙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저자의 생각처럼 새를 통해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책꽂이에 꽂아두고, 가끔 들춰보면, 새와 함께 하늘을 나는 기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