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까지 낭만시간연구소

버려진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여러 층위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을 소개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린 라이트 하우스 작가의 ‘검은바다’. 낭만시간연구소 제공

부산의 젊은 예술공간 낭만시간연구소(동구 초량동)가 그린 라이트 하우스(본명 오수동)의 개인전 ‘지구에서 온 편지’를 개최했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경기도 업사이클 특별 전시 등 국내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를 소화한 청년 작가의 독특하고 색다른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의 주인공은 버려진 플라스틱 병뚜껑이다. 작가는 병과 별도로 분리해서 버려야 하기에 재활용률이 낮은, ‘버려질 운명’을 가진 이 재료에 주목하고 5만5000여 개의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았다. 그리고 그것을 갈아 작은 입자로 만들어 녹이고 압착시켜 새로운 색과 모양의 플라스틱 조각으로 만든 뒤 그것을 재조합했다. 하얀 파랑 초록 검정 등 단조로운 색의 병뚜껑은 갈고 녹이고 압축하는 과정을 통해 옅고 짙은 농도의 다채로운 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유로운 물결 같은 형태로 변형돼 우리의 일렁이는 감정을 연상하게 한다.

특히 작가는 감정은 어떤 색일지, 인간이 만들어낸 플라스틱이 결국 우리의 감정과 선택을 어디로 흘려보내는지, 미래의 지구는 어떤 얼굴일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일상의 익숙한 물건이 어떻게 변하고 확산하는지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과정이다.

입장료 대신 병뚜껑을 넣는 수거함 운영과 지구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 코너 등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플라스틱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것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하고 실천하게 만드는 이색적인 경험이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