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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시피] 미술 거장의 예술세계, 19살 천재 작곡가가 음악으로 빚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 개관 10주년 기념 연주회 열려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5-12-16 18:46:31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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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받는 작곡가 이하느리 참여
- 미술·음악 통해 공간 의미 환기

미술 거장은 젊은 천재 작곡가의 음악을 진지하게 들었다. 작곡가는 다소 긴장한 듯했지만 이내 자신이 음악으로 그려낸 거장의 작품에 빠져들었다. 무대 위가 아닌 객석에서 만난 거장과 천재.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공연장은 긴장과 진지함, 경외감으로 가득했다.
지난 14일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에서 열린 이우환 음악회에 참석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과 이우환 작가, 이하느리 작곡가(첫번째줄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공연에 참여한 연주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미술 거장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음악으로 느낄 수 있었던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이 지난 14일 오후 5시 부산콘서트홀(부산진구 연지동) 챔버홀에서 열렸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이우환공간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공연으로, 이우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음악으로 듣고 느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이하느리(19) 작곡가가 참여해 관심을 끌었다. 이하느리는 악기 고유의 특성을 탐구하는 음악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그려가는 작곡가다. 국내외 주요 대회에서 입상했고 서울시향 등 유명 단체와 협업하고 있다. 클래식계에서 영향력이 큰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작곡가 중 한 명”이라고 극찬해 대중에게 잘 알려졌다.

세계적인 거장 이우환과 주목 받는 천재 이하느리가 무대를 놓고 만났다는 것은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드문 광경이자 이색 조우였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은 “거장의 예술을 담은 공간이 10년을 맞았는데 이를 어떻게 기념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미술과 음악, 서로 다른 장르의 조우를 통해 예술적 감각을 넓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연주회는 이하느리가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그리고 생각하며 고른 곡들로 채워졌다. 그중 단연 관심이 높았던 무대는 이하느리가 작곡한 신작 ‘스터프3(stuff#3)/이우환의 정원’이었다. 그의 ‘스터프(stuff)’ 연작 3번째 작품으로, 이우환의 예술 세계 중에서 특히 ‘관계’에 주목해 소리와 침묵, 반복과 변형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긴장이 중심을 이룬 곡이다. 일본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앙상블 노마드는 각 악기가 가진 다양한 소리를 절도 있는 동작으로 연주하며 선과 점, 여백에서 빚어진 이우환 작품의 깊고 짙은 예술세계를 음악으로 구현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현악기와 관악기에서 이런 소리가 날 수 있었나 하는 신비로움과 서로 다른 악기 소리가 빚어낸 절묘한 조화에 빠져든 무대였다. 절제된 동작으로 진한 여운을 남긴 앙상블 노마드의 연주도 인상적이었다.

300석 규모의 부산콘서트홀 챔버홀을 채운 관객은 작은 공간에서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부산에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우환 작가 역시 이하느리가 음악으로 빚어낸 자신의 예술 세계를 경청하며 그가 사랑한 음악, 그리고 젊은 예술가의 미래에 박수를 보냈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부산이 가진 세계적인 예술 공간 ‘이우환 공간’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되새긴 무대로 인상 깊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부산시립미술관으로 ‘모셔 온’ 이우환 공간이 생긴 지 10년이 됐지만 작가의 명성과 예술을 접하려는 외지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 데 반해 부산의 관심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술과 음악, 거장과 천재의 만남을 통해 이 공간을 다시 환기하고 사유하게 한 방식은 예술을 받아들이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 색다른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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