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순남 우봉운 등 독립운동가
- 강담운 김록주 등 문화예술인
- 긍정적 영향 끼친 인물은 물론
- 친일매국 역사의 가해자도 밝혀

김해와 관련, 질곡의 시대를 풍미한 열여덟 여성의 생애와 발자취를 담은 책이 눈길을 끈다. 김해가 낳아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을 찾아 그 행적을 연구하고 널리 알려 온 ‘김해 인물연구회’가 기획했다. 금지은 김금수 류은주 변정원 이광희 등 김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와 시인이 필자로 참여했다.
책은 독립운동가, 예술가, 여성 리더, 민주운동가, 역사의 가·피·반(가해자 피해자 반려자)으로 분류하고 그들 발자취를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해석하며 엮어냈다.

‘독립운동가’편은 ‘조순남-기록으로 역사를 지킨 여성 독립운동가’ ‘우봉운-민족분단이 안타까웠던 여성 독립운동가’ ‘김필애 - 격동기의 여성 지도자’ ‘구명순 - 김해에서 가장 먼저 3·1 운동을 주도한 여성 독립운동가’ ‘김복선-일신여학교 만세운동의 주인공’ ‘김필수-조선족 동포들의 어머니 교장’으로 이뤄졌다.

‘예술인’편은 ‘강담운 - 시와 김해의 시간’ ‘김록주- 일제 강점기 대표적인 여성 명창’ ‘박외선-시를 사랑하고 몸으로 시를 표현한 진정한 예인’이다. ‘여성 리더’편은 ‘허황옥-가야와 세계를 연결한 화합과 개척의 상징’ ‘백파선-세계 최초 여성 세라믹 아티스트, 조선 도공의 리더’ ‘변진수-여성복지와 인권운동의 선도자’, ‘민주운동가’편은 ‘백영옥-시대를 가로지른 강인한 여성’ ‘박문숙-민주화 운동의 맏언니’ ‘노옥희-교육으로 희망을 세우다’로 구성했다.

‘역사의 가·피·반’ 편은 가해자로 ‘배정자-친일 매국노, 역사를 더럽히다’를 다룬다.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런 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위해 다루었다. 피해자로 ‘김영명-역사의 흉터로 남은 이름과 현대사의 비극’이 있다. 김영명은 진영여자중학교 교사로 보도연맹 학살 사건 희생양이 된 비극적인 인물이다. 반려자는 ‘손명순-내조로 빛난 삶의 이야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내 손명순 여사는 김해 진영 출신이다.

몇 분을 자세히 소개한다. 예술인 박외선(1915~2011)은 진영에서 태어났다. 최승희의 무용 공연을 보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발레와 현대무용을 배웠다. 1953년 이화여대 체육과 강사로 부임했고, 1963년 국내 최초로 대학 내 무용과를 설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 현대무용 개척자이며 교육자로서 크게 존경받고 있다. 아동문학가 마해송과 결혼했고, 장남이 마종기 시인이다.

여성 리더 변진수(1925~2006)는 ‘논개’의 시인인 수주 변영로 선생의 장녀이다. 김해 가락면 남평 문씨 집안으로 시집 오면서, ‘서울 아가씨’ 변진수는 ‘김해 아지매’로 살았다. 그는 일생 동안 김해와 여성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했다. 김해여성복지회관 건립의 중심에도 변진수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 민립 여성회관이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지은 회관이다. 김해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여성계의 정신적 지주였다.

김해 서상동 출신 독립운동가 김필애(1898~1984)는 서울의 정신여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다녀왔다. 1919년 3·1 운동을 김해에서 선도했고, 전국적인 여성운동단체와 독립운동단체를 조직하며 활동했다.

교육자이자 민주운동가인 노옥희(1958~2022)는 최근 인물이다. 김해 한림출신으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꾸준히 추구하고 실천했다. 울산교육감으로 재직하던 중 과로로 별세했다. 울산 ‘노옥희 재단’은 그의 교육 철학을 잇고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한다.

한 여성으로, 주체적인 한 사람으로 살아온 18인 김해 여성의 이야기에는 김해를 넘어서는 우리의 역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