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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77> 속초 순대

고향 그리는 마음 꾹꾹 눌러담았다가 망향 서러운 마음 푹푹 쪄서 삼켰다네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6-01-20 19:32:0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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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북민 고향음식 ‘아바이 순대’
- 속초 정착민들 귀한 돼지 대신
- 흔한 오징어·명태로도 만들어
- 대표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

순대는 흔히 동물의 창자 속에 곡물과 채소, 선지를 섞은 소를 채우고 불에 쪄 익힌 음식을 말한다. 사용하는 주재료는 돼지를 비롯해 소 양 개 등의 창자이고, 어류로는 대구 창자, 민어 부레, 오징어 몸통, 속을 비운 명태 등이 있겠다.
강원도 속초에 정착한 이북 사람들이 형성한 아바이마을에서 유래된 아바이순대와 속초의 명물 오징어순대. 속초시청 제공
순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종류를, 그 지역 음식문화에 따라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대창이나 막창을, 또는 소창으로 순대를 만들고, 선지를 중심으로 찹쌀만을 넣거나 당면 채소를 위주로 넣어 소를 만들 수도 있다.

지방마다 순대를 찍어 먹는 양념도 각기 다르다. 막장에 찍어 먹거나(부산·경남), 초장(호남), 간장(제주), 소금(서울·경기), 새우젓(충남·강원·경북) 등에 찍어 먹고, 순대와 더불어 수육과 간 심장 허파 등 부산물, 또는 두부 등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순대의 우리나라 전래는 중국으로부터가 정설이다. 삼국시대에 전래했다고도 하고, 고려시대 몽골군에 의해 전래했다고들 한다. 여하튼 다양한 순대가 지역에 따라 고루 분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돼지를 이용한 음식이 많았던 이북에서는 순대 음식 또한 널리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함경도에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순대도 있었지만, 동해 해안지역에서는 넘쳐나던 해산물을 이용한 순대도 흔히 활용했다. 어류의 속을 비우고 그 안에 갖은 양념으로 채운 ‘명태순대’나 ‘오징어순대’ 등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해안마을서 귀했던 아바이순대

한국전쟁 시절 함경도에서 속초로 피란 온 이북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속초 해안가에 얼기설기 마을을 이루고 살아온 곳이 ‘아바이마을’이다. 이 아바이마을에서도 당연히 함경도 음식문화를 기반한 여러 음식이 전래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가자미나 명태로 곡물 발효한 식해와 함흥냉면, 순대 등이다.

이 음식들은 오늘날 속초가 관광지화하면서 속초 향토음식의 전국화에 큰 역할을 한다. 순대 또한 속초의 향토음식으로 정착했는데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 ‘명태순대’ 등이 그들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아바이순대’이다. 원래 속초에 정착한 북한 이주민들은 좋은 날 돼지순대를 만들어 먹었는데, 이 음식을 아바이마을에서 만들어 먹었던 순대라고 ‘아바이순대’라 불렀다. 돼지 대창에 선지, 채소 등을 넣어 만든 순대로, 전통적인 함경도 음식문화가 밴 음식이다.

아바이순대는 주로 돼지의 대창 속에 선지, 찹쌀, 배추 시래기, 숙주 등을 버무려 채운 후에 찜솥에 쪄서 만든다. 돼지 대창으로 만든 순대라 그 크기가 크고, 푸짐해 한 끼 식사로도 대용할 수가 있고, 이 아바이순대를 넣은 국밥이나 전골 또한 넉넉한 한 끼가 된다.

■지역 음식문화 녹아든 오징어순대

오징어에 채소 등을 넣어 찐 오징어순대. 속초시청 제공
그러나 해안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속초에서는 귀한 음식 중 하나가 돼지순대였다. 그러했기에 돼지 창자 대신 철마다 흔했던 오징어나 명태에 속을 채워 돼지순대 대신으로 먹어 왔는데, 이들 순대가 ‘오징어순대’ ‘명태순대’이다.

속초에 가면 먹어야 할 음식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중에서도 식재료를 놓고 따져 본다면 오징어와 명태로 조리한 속초 향토음식이 꽤 있다. 오징어로는 오징어회 오징어물회 오징어순대 등이고, 명태로는 황탯국 코다리냉면 명태강정 명태순대 등이다.

그중 오징어순대는 속초의 음식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음식 중 하나이다. 속초 향토음식의 특징은 동해 연안이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리는 관광지, 북한 이주민들에 의해 정착한 이북 음식문화의 영향 등을 들 수가 있겠다.

오징어순대는 함경도 해안지역의 사람들이 돼지순대 대신 흔하게 소용됐던 오징어의 몸통 속에 식은 밥과 무청 시래기 등을 넣어 찐 뒤 썰어서 먹던 음식이다. 이 오징어순대는 속초에 정착한 이북 사람 중 뱃일하던 이들이, 삶은 오징어 속에 산나물과 막장을 비벼 넣거나 밥과 부식을 넣어 먹던 노동식으로 정착한다.

이후 속초가 관광지화되면서 속을 비운 오징어 몸통 안에 찰밥과 무청 당근 양파 깻잎 등 갖은 채소를 넣고 쪄서 썰어 먹는, 속초의 대표적인 관광 음식이 되는 것이다. 속초 중앙시장에 오징어순대 거리가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요즘은 달걀물을 묻혀 번철에 지져서 먹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북한서도 귀한 대접 받는 명태순대

명태 속을 비우고 그 안에 돼지고기 숙추 배추 등을 넣어 숙성시킨 명태순대. 속초시청 제공
오징어순대와 함께 속초의 또 다른 명물 순대가 ‘명태순대’이다. 원래 명태순대는 함경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이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으며 평양 시내 주요 요릿집에서 제공되고 있기도 하다.

명태순대 또한 속초로 피란한 함경도 사람들에 의해 정착한 음식이다. 돼지가 귀했던 지역이었기에, 상대적으로 흔했던 계절 해산물로 순대를 만들어 먹었던 것. 여름에는 오징어순대, 겨울에는 명태순대였다.

명태순대는 식재료에 따라 조리법이 다르지만, 명태 속을 비워 그 속에 다진 돼지고기와 숙주, 배추, 으깬 두부와 잘게 썬 김치, 다진 파와 마늘, 쌀 등을 넣은 후 끈에 매달아 마당이나 광에 널어둔다. 명태의 알이나 이리 등을 소에 넣기도 한다.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명태순대는 알맞게 숙성이 되고, 명태 소의 양념 또한 살에 잘 배어 맛있어진다. 이를 먹을 때마다 꺼내어 채반이나 찜기에 얹어 찌거나 불에 은근하게 구워 초장에 찍어 먹고 양념장에 곁들여 먹는다.

이렇듯 함경도의 다양한 순대 음식이 속초에 와서 환경에 맞게 정착한 것이 지금의 ‘속초 순대’다. 매서운 겨울 추위와 망향의 외로움으로 삶의 신산함이 혹독했을 이북 피란민들. 그나마 그들을 다독여 주고 어루만져 주던 고향 음식이 지금의 ‘속초 순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참으로 귀하게 보존, 기록해야 할 음식문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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