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슨 볕 등에 지고
유마경 維麻經 읽노라니
어지럽게 나는 꽃이
글자를 가리운다
구태여 꽃 밑 글자를
읽어 무삼하리오
공화란추란 허공에 핀 꽃이 어지러이 흩어진다는 뜻으로, 공화란 실재하지 않는 환상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활불(살아있는 부처)로 불린 바 있는 대선사 만해 한용운의 세속 본명이 정옥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참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고 생각 한 적이 있다. 독립투사 33인이며, 일본총독부를 보지 않으려고 개인 누옥 심우장을 북향으로 앉힌 일화 등 면면으로 볼 때 너무나 강한 분의 이름이 너무 여성스럽지 않은가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시조를 읽으면서 이름에 잘 맞는 시인이로구나! 이 섬세한 봄날 허공에 난분분 날아온 꽃이 가린 글자를 그냥 두었다는 시인의 서정에 마음이 화안해져 온다. 선승 만해는 높은 선사의 법력을 지니고 재가 불자의 법력에 귀기울이는 것을 시조에 담으며 어떤 논리나 분별에 함몰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자연스러운 수행자의 자세를 봄 한나절 자연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만해사상의 진면목과 형이상학적 섭리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