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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79> 동해 별미, 횟대

동해사람 소울푸드 밥식해·회·물회 푸짐하게 즐기려면 이 생선(횟대)이 최고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6-03-17 19:04:1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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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바위지대 서식하는 어종
- 어획량 많아 자연산에 ‘가성비’
- 회는 겨울 한철만 즐길 수 있어
- 양념발효 음식 밥식해로 만들면
- 김치처럼 두고 먹는 향토음식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 사람들만이 함께 즐기고 서로 나누는 음식이 있다. 그리고 그 음식으로 인한 다양한 먹거리 관련 문화가 형성되기도 한다. 남도의 삭힌 홍어와 홍어를 곁들인 잔치 문화나 동해의 가자미와 이를 곡물로 발효한 식해 문화 등이 대표적이겠다.
포항 죽도시장에 늘어선 밥식해 가게들. 동해에서 나는 가성비 좋고 맛도 일품인 횟대는 발효 전통음식 식해의 재료로 자주 사용된다.
이렇게 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향토음식이라 부른다. 향토음식의 요건으로는 한 지역에서 흔히 나는 제철 식재료로, 그 지역 사람들이 흔히 활용하는 양념과 조리법으로 오래도록 먹어온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향토음식의 주요 식재료는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제철에 흔하게 공급되는 신선하고 값싼 식재료가 된다. 이 식재료로 음식을 넉넉하게 조리해 공동체 구성원들과 서로 나눠온 것이 향토음식이다.

한때 겨울철 동해에도 그런 식재료로 활용되던 어족들이 많았다. 뚝지(도치)가 그렇고 벌레문치(장치), 고무꺽정이(망치), 횟대 등이 그것들이다. 그중 횟대는 지금도 개체수가 많아 비교적 싼 값에 다양한 서민 음식으로 조리되는 생선이다.

■가성비 좋은 동해 별미

횟대
‘횟대’는 쏨뱅이목 둑중갯과의 바닷물고기로 20~30㎝ 내외의 소형 어종이다. 몸은 갈색 원통 모양이고 머리에 가시가 있고 입이 크다. 동해의 수심 50~100m 전후 모래와 바위 지대에 서식한다. 횟대 종류로는 ‘대구횟대’ ‘빨간횟대’ ‘근가시횟대’ ‘동갈횟대’ 등이 있다.

횟대는 지역에 따라 ‘횟대기’ ‘홀떼기’ ‘홋대기’ 등으로 불리며 생선회 물회 밥식해 탕과 찌개 등으로 조리해 먹는다. 횟대 중에서도 ‘대구횟대’가 가장 맛있고 식재료로서의 활용 범위도 넓고 다양하다. 연중 잡히는 어족이지만, 겨울이 가장 맛있는 제철이다.

동해 해안을 끼고 있는 어시장에 가면 잡어 수조에서 흔하게 보이는 어족 중 하나가 횟대이다. 어획량이 많아 전량 자연산이며 비교적 시세도 낮아 잡어로 분류되는 생선이다. 여느 잡어들처럼 잡어회로 소용되지만, 가성비가 좋아 동해 별미로 인기가 높다.

‘횟대회’는 살이 매우 단단하고 탄력이 좋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생선회이다. 기름기가 적어 맛이 담백하면서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칠맛과 고소함이 특징이다. 씹다 보면 은은한 단맛 또한 기분 좋게 느껴진다. 겨울 동해에서 나는 생선이기에 동해 연안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로 초봄까지 맛을 즐길 수 있다.

횟대는 동해 연안의 전통음식인 식해 재료로도 주요하게 쓰이고 있다. 동해 지역은 서해에 비해 소금이 귀했기에 오래전부터 염장 발효 방식인 ‘젓갈’보다 곡물 발효 방식인 ‘식해’가 널리 발달했다.

횟대로 만든 밥식해.
‘식해(食醢)’는 생선에 곡물(고두밥이나 조밥) 엿기름 소금 고춧가루 무 등을 넣고 장시간 먹을 수 있도록 발효시킨 음식이다. 주로 동해에서 흔히 나던 가자미 오징어 명태 횟대 등으로 만든 식해가 대표적이다.

포항·영덕지역에서는 ‘밥식해’라 불리며 김치처럼 늘 가까이 두고 먹어온 전통음식이다. 어린 시절부터 입에 밴 소울푸드이면서, 명절 제사 잔치 등을 치르거나 귀한 손님이 오실 때도 밥상에 올린 향토음식이기도 했다. 계절 따라 다양한 동해의 생선 밥식해가 늘 밥상 한 곳을 지킨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대구횟대를 이용한 ‘횟대 식해’다. 횟대는 근해에서 연중 다량으로 잡히기도 하거니와 살이 많고 탄력이 있으면서, 비린내가 적고 단맛과 감칠맛이 좋다. 또한 뼈째 먹을 수 있어 칼슘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

쫀득쫀득 씹히는 식감도 좋을뿐더러 새콤달콤 시원하고 상쾌한 풍미와 깊은 감칠맛 또한 입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래서 다른 어종의 밥식해와는 그 품격을 달리한다. 식해를 담그고 난 후 계절에 따라 2, 3일에서 일주일 정도면 먹을 수 있어 편하기도 하다.

■생선회·밥식해 등에 훌륭한 식재료

횟대가 들어간 잡어 물회.
포항에서는 이 횟대를 손질해 물회로도 널리 먹는다. 포항의 대표 음식 중 전국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포항 과메기’와 ‘포항물회’일 것이다. 이중 ‘포항물회’는 ‘속초물회’ ‘제주물회’와 더불어 ‘전국 3대 물회’로도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포항은 물회가 잘 발달한 곳이다. 동해의 풍부한 어족이 집산되는 곳이기에 연중 다양한 수산 식재료가 넘쳐난다. 그러하기에 일 년 내내 다양한 물회를 즐길 정도로 포항의 음식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향토음식이기도 하다.

포항물회는 생선회와 오이 배 양배추 등속에 고추장만으로 비벼서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생선회와 채소 고추장이 잘 섞이게끔 비벼서 먹다가, 채소 등에서 물이 자작하게 나오면 그 물에 밥을 비벼 먹거나 시원한 물을 따로 넣어 국수나 밥을 말아 먹는 방식이다.

포항물회를 대표하는 물회 식재료는 가자미와 오징어, 꽁치·청어 등의 등푸른생선 등이 있다. 그리고 횟대를 비롯한 여러 잡어 등을 섞어서 내는 잡어 물회도 즐겨 먹는다. 잡어 물회에는 동해의 다양한 제철 생선이 두루 들어가는데, 그중 동해의 대표 잡어인 횟대를 함께 섞어줘야 그 맛이 더해진다. 포항에서는 꽤 흔한 생선으로 취급받지만, 값비싼 가자미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식감이 쫄깃하고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

얼마 전 포항 죽도시장에서 겨울을 지나는 마지막 ‘횟대회’를 맛봤다. 비린내 없이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 잔뼈가 아작아작 씹히는 저작감까지 모두 흔쾌했다. 고추냉이 간장, 막장, 초고추장 등 다양한 양념에 하나하나 찍어 먹기도 하고 채소에 크게 한 쌈, 싸 먹기도 했다.

남는 생선회로는 큼직한 대접에 채소와 고추장 넉넉하게 얹고 쓱쓱 비벼 ‘횟대물회’로 먹었다. 쫀득한 횟대회에 아삭한 채소, 맵싸하면서도 들큼한 고추장이 어우러져 술안주로도 좋을뿐더러 밥에 비벼 먹으니 한 끼 끼니가 꿀떡꿀떡 잘도 넘어가는 것이다.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횟대매운탕’ 또한 입안 가득 진한 감칠맛과 코끝에서 가시지 않는 풍미로 사람을 내내 기껍게 했다. 이렇듯 봄을 맞기 전 동해의 횟대 음식은 마치 ‘봄의 전령’처럼 딸랑딸랑 온몸으로 맛있게 다가왔다.

동해에서만 서식하기에 동해 지역의 다양한 향토음식의 식재료로 널리 쓰인 횟대. 그것도 활어회는 겨울 한 철에만 먹을 수 있는 동해 별미로 인기가 높다. 가성비 높은 서민 식재료이기에 동해 연안 사람들에게는 지금껏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생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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