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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봄을 깨운 ‘조성진의 쇼팽’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

  • 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  |   입력 : 2026-03-29 19:26:08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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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피켓팅’ 일찌감치 화제
- 내달 5일까지 클래식음악 향연
- 현대음악·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

‘띵!’ 오케스트라의 선율 속 첫 건반 음이 들리자 관객의 시선이 일제히 피아노를 향해 쏠렸다. 피아노 앞에 앉은 조성진은 때로는 자신감 있고 또렷하게, 때로는 유려하고 섬세하게 건반 위를 오갔다. 마지막 음이 잦아들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를 왜 ‘쵸팽’(조(Cho)성진+쇼팽)이라고 부르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
지난 27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26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축제 ‘2026 통영국제음악제’가 지난 27일 오후 7시 통영국제음악당(경남 통영시 도남동)에서 막을 올렸다. ‘깊이를 마주하다’를 주제로 열린 올해 음악제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상주 작곡가 조지 벤저민 경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카운터테너 야쿠프 유제프 오를린스키, 앙상블 모데른, 고음악 앙상블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등 세계 정상급 음악가와 단체가 참여하며 클래식 팬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클래식계 스타’ 조성진이었다. 그가 출연하는 개막 공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I’(지난 27일)과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30일)은 지난해 말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며 ‘피켓팅’ 바람을 불렀다. 개막 공연이 열린 이날 콘서트홀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1309석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이날 공연장을 찾아 개막을 축하했다.

개막 공연은 지휘자 데이비드 로버트슨이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TFO)가 윤이상의 ‘예악’,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조성진 협연),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차례로 들려주는 무대로 꾸며졌다. ‘예악’과 ‘봄의 제전’은 TFO의 호흡이 돋보였다. ‘예악’은 한국 종묘제례악 요소를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봄의 제전’은 복잡하고 치밀한 리듬, 계속해서 바뀌는 박자로 악명 높은 고난도 곡이다. 연습 횟수가 많지 않은 페스티벌오케스트라 특성상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이었음에도 TFO는 안정감 있는 연주로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공연의 백미는 단연 조성진이 협연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었다.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클래식 팬들이 ‘조성진의 쇼팽’에 유독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은 1번에 비해 무대에 자주 오르지 않는 작품이기에 이날 공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컸다. 조성진은 특유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감성으로 그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조성진은 관객의 환호에 앙코르 두 곡으로 화답했다.

성공적인 개막 공연으로 출발한 통영국제음악제는 다음 달 5일까지 이어진다. 클래식은 물론 현대음악, 오페라 아리아, 재즈, 국악 등 다양한 장르 공연이 관객을 만난다. 폐막 공연은 TFO가 조지 벤저민 경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을 연주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개막 기자회견에서 만난 진은숙 예술감독은 “최근 세계 정세가 불안해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자기 내면을 만나고 희망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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