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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61> ‘소년’ 창간호

“더 큰 세계로 항해 시작하라” 소년들에게 바다 중요성 알려

  • 이경희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연구실장
  •  |   입력 : 2026-05-14 18:36:0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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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창간호 표지.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온 세상이 눈부신 신록으로 일렁이는 5월. 만물이 생동하는 이 시기를 우리는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특히 5월 5일 어린이날은 우리 어린이들이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법적으로 지정한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린이날이 생겨난 배경에는 사실 아픈 역사가 숨어있다. 일제강점기 1919년 3·1운동이 계기가 되어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우리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방정환과 색동회는 1923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하고 전국적 행사를 개최하였던 것이다.

어린이날은 민족의 미래를 사랑하고 지키려던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깃든 날이라고도 할 것이다. 이렇게 의미 있는 어린이날이 생기기도 전 이 땅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한 책이 국립해양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육당 최남선이 창간한 잡지 ‘소년’ 창간호이다. ‘소년’은 당시 19세였던 최남선이 주도해 1908년 11월부터 1911년 5월까지 통권 23호를 발행한 우리나라 최초 월간지이자 청소년 잡지이다. 역사 지리 문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최남선은 특히 바다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창간호 권두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비롯해 ‘천만길 깊은 바다’(1권2호), 바이런의 ‘The Corsair 해적가’(3권3호), ‘The Ocean 대양’(3권7호) 등 바다 관련 시와 오늘날까지 어린이들의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걸리버여행기’, 로빈슨 크루소를 번역한 ‘거인국 표류기’(1권1~2호), ‘로빈슨 무인절도 표류기’(2권2~8호) 등 항해와 모험을 주제로 한 영미소설도 연재했다.

창간호에는 최남선이 직접 지은 우리나라 최초 신체시 ‘海에게서 少年에게’가 실려 있다.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泰山갓흔 놉흔뫼, 딥태갓흔 바위ㅅ돌이나,/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디 하면서,/따린다 부슨다, 문허버린다,/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새롭고 자유로운 형식의 이 시 첫 구절은 강렬하다. 큰 파도소리가 바다의 웅장함과 위대함을 드러내고 있다. 무한한 힘과 가능성을 가진 존재인 바다는 소년들에게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라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라고 거침없이 외치고 있다.

1908년 당시 격변의 시대에 최남선은 이 시를 통해 소년에게 바다를 넘어 미래를 개척하고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소년’은 오래된 육지 중심 사고로부터 벗어나 세계로 향하는 통로인 바다의 중요성과 우리가 해양 민족임을 끊임없이 메시지로 전달하고자 했다.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운 지식을 전파하려 했던 ‘소년’ 창간호는 이제 우리 박물관의 대표적인 해양문화유산이다.

찬란한 5월을 맞이한 우리 소년들에게 다시 들려주고 싶은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전하며, 바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세상 모든 바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국립해양박물관을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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