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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84> 관문과 환대, 부산 역전 음식

밀면·돼지국밥 넘어…개방과 수용으로 로컬·글로벌 미식의 향연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6-08-04 19:20:5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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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주변에 식당이 많은 대표 향토음식 밀면(왼쪽)과 돼지국밥. 음식이 빠른 시간에 나오면서 양과 영양소가 풍부해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는 ‘웰 패스트푸드’이다.
- 전쟁기 전국 이주민 부산 정착
- 팔도음식 총체화한 국밥·밀면
- 관광객 누구라도 고향 맛 반추
- 조리법 다양화, 입맛대로 선택

- 세계 만나는 외국인거리 확대
- 아시아·유럽권 음식 지역 정착
- 글로컬 푸드축제 관광객 맞길

부산역 앞 초량 외국인거리.
요즘 부산 역전에는 수많은 인파가 북적인다. 부산을 드나드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너나없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기에 그렇다. 게다가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크루즈 터미널이 근처에 있어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다. 말 그대로 부산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부산은 개항 150년에 이르는 항구의 도시이자 해양을 국경으로 하는 국경의 도시이다. 게다가 일제강점기 근대 도시화 과정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 임시수도 시대를 거치면서 가장 치열하고 고군분투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이후 산업화와 해양수산 도시로 성장하면서, 여러 경로를 통한 인적 물적 교류가 빈번했고, 다양한 문화의 유입 또한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특히 부산항과 더불어 부산역은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잇는 유라시아 철도의 시발점으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육상 관문이다. 그래서 부산은 다양한 출신의 사람과 다양한 문화, 다양한 가치관이 한데 섞이고 어우러져, 독특한 부산만의 문화와 정서를 탄생시킨다.

부산을 개방하여 모든 이들을 수용하고, 이들과 함께 교류·소통하는 것. 이것이 ‘부산의 정체성’이다. 이처럼 부산은 여러 지역을 잇는 관문의 도시이자 이들을 반가이 맞이하는 환대의 도시이다. 그래서 다양한 음식 교류 또한 활발했다. 관문지역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그러다 보니 부산 역전에서도 이들을 맞는 진수성찬의 음식점 또한 성시를 이루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 밀면, 돼지갈비 등 부산의 전통 맛집부터 만두, 월병을 비롯한 중화요리에 피자, 바비큐 등과 러시아 동남아 일본 대만 음식, 그리고 미슐랭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다. 이들 중 돼지국밥집이나 밀면집, 만둣집과 피자집 등은 오픈런도 모자라 하루 종일 관광객들이 줄을 서는 맛집들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웰 패스트푸드’ 돼지국밥과 밀면

부산역 인근에서 맛볼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음식. 위 사진부터 러시아 일대의 삼사와 바라니나 수프, 중앙아시아의 면요리 라그만, 필리핀의 전통 음식 칼데레타, 대만의 우육탕면과 탄탄면.
그중 부산 대표 향토음식인 돼지국밥과 밀면의 식당가 형성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웰 패스트푸드(Well Fast Food)’ 음식의 대표 격으로, 빠른 시간에 음식이 제공되면서 넉넉한 양에 풍부한 영양소를 제공하기에 관문지역에서는 당연히 환영받을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중 부산돼지국밥은 오래전부터 역이나 터미널 등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들에게 꽤 매력 있는 끼니였다. 시외로 가는 이들에게는 짧은 시간에 든든함을, 부산으로 오는 이들에게는 ‘깊고 구수한’ 부산의 맛을 넉넉하게 제공한 것이다.

‘부산돼지국밥’은 팔도의 음식문화를 총체화한 음식이다. 부산의 음식이면서도 전국의 음식문화와 관습을 개방, 수용하여 한데 어울려 낸 음식인 것. 그래서 어느 지역의 관광객을 맞더라도 고향의 음식 맛을 반추해 내는 음식이 부산돼지국밥이다.

요즘 부산 역전에는 오랫동안 부산의 돼지국밥 문화를 선도한 대표적인 부산돼지국밥 가게들과 미슐랭에 선정된 새로운 트렌드의 돼지국밥집 등이 분점 형태로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들 가게는 각각의 조리법과 음식 맛이 서로 달라 개인의 입맛에 맞게 골라서 먹을 수가 있다.

그 외에도 서비스의 차별화로 자리 잡는 식당들도 많다. 돼지국밥과 맞는 술을 제공하는 페어링 서비스, 입맛에 맞는 반찬을 직접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고급 샐러드바 설치, 집에서도 온전히 국밥을 즐길 수 있는 밀키트 제공과 택배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부산 역전에서는 부산 전통의 ‘시장형 돼지국밥’과 레스토랑 방식의 ‘외식형 돼지국밥’, 전통의 국밥을 고수하는 ‘전통 고수파’와 다른 음식들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맛을 모색하는 ‘외연 확장파’ 등 그야말로 부산돼지국밥의 어제와 오늘, 부산돼지국밥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밀면 또한 한때 부산에서도 냉면의 서자 취급받던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부산 사람들의 성정에 맞춰 개발, 변화함으로써 부산의 정체성을 지닌 음식이 되었다. 밀면은 지금도 계속 변화의 과정을 밟고 있는 역동적인 음식이다. 식당마다 맛과 결이 다른 육수 개발에다, 다양한 곡물가루의 반죽 면, 면 위에 올라가는 고명의 종류 등이 제각각이다.

한약 육수에 밀가루 면의 전통 밀면을 고집하는 가게와 메밀을 섞고 소고기로 육수를 내는 등 평양냉면의 조리법을 따르는 가게, 함흥냉면식으로 전분을 섞어 쫄깃한 면을 내세우는 식당 등 부산돼지국밥처럼 부산의 다양성과 음식문화의 역동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부산의 밀면이다.

이 두 음식은 팔도의 이주민이 부산에 정착해 오늘의 부산을 형성했듯, 팔도의 음식문화가 부산의 환경에 맞게 변화, 탄생한 음식이다. 그러하기에 한 테두리의 음식이라도 각각의 맛과 식재료와 조리법이 제각각이고, 독립적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관문지역에서 가장 안성맞춤의 음식이라는 것. 여러 지역 사람의 입맛에 따라 골라 먹거나 다양한 맛의 음식을 일별하며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음식도 한 자리에

관문지역 앞이라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외국 음식 거리 또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차이나타운과 외국인 거리가 그것인데 차이나타운은 원래 청관조계지에서 형성된 청관거리가 그 시작으로, 이후 한국전쟁 때 피란 온 화교들이 가세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인천 차이나타운과 달리 부산 차이나타운은 화교 피란민들이 가정에서 즐겨 먹던 만두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현재는 중국과 수교 이후 조선족을 중심으로 양꼬치와 중국 가정식 요리를 제공하는 곳도 늘었다. 외국인 거리의 음식점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통 요리부터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요리, 동남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도 만나볼 수가 있다.

이렇게 부산 역전처럼 부산 대표 음식과 여러 지역,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한 곳에서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전국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곳은 관문 지역이면서 부산이 가지는 환대의 의식이 고루 담긴 지역이다. 그래서 부산 정체성의 음식과 환대의 의미를 담은 글로벌 음식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여러 지방, 여러 국가의 음식이지만 부산이라는 장소에 적응해 현지화된 음식으로, 부산이라는 지역의 음식문화와 잘 어우러져 정착한 음식이라는 것. 지역과 글로벌을 함께 아우르는 음식문화가 잘 발현된 것이 특징이겠다.

근래의 부산은 외국인 관광객 400만 명의 관광 도시이자, 미슐랭이 주시하는 미식의 도시이다. 특히 부산역이 소재하는 부산 동구는 지난 7월 크루즈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다양한 국가의 관광객들이 찾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의 부산 역전은 우리 삶 속의 다양성을 가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소통과 개방으로 ‘새로운 공동체의 장소’가 되어야 할 곳인 것이다. 이즈음에 부산이라는 로컬리티 음식과 세계의 글로벌 음식이 서로 함께하는 음식문화 축제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 전국에서, 세계에서 이 축제를 참가하기 위해 부산으로 발걸음한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이겠다. 축제 이름은 ‘부산 글로컬 푸드 페스티벌’쯤으로 붙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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