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수평선을 세월이 건너간다
말없이 바라보는 애틋한 내 심정을
바람이 알았다는 듯 길잡이로 나서네
두 눈을 감아본다 나는 대체 무엇인가
백 년을 못 사는 생 참으로 하찮구나
바다는 모른 체 하고 가만히 돌아눕네
철 지난 바닷가의 파도는 힘이 없다
때 묻은 내 영혼의 발자취를 지우면서
세월도 바다에서는 소리 내어 울고나
모든 건 흐르고 흘러서 바다로 간다. 바다는 흐르는 것들이 도달하는 마지막 지점이다.
인간 삶은 시간 따라 흐르고 흘러 언젠가 바다에 닿게 된다. 거기에는 시작을 알 수 없는 그 어느 때부터 흘러온 온갖 사연이 영원히 들끓는다. 시인은 살아온 날을 돌아보며 이제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나는 대체 무엇인지 커다란 물음을 던져 본다. 그리고 깊은 회한으로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이 하찮다는 철학적 물음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나이 들고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으면 돌아갈 곳을 바라보면서 삶을 진지하게 관조하게 되는 모양이다. 어쩌겠는가. 나이 들고 기운이 쇠하면 파도도 힘이 없어지는 게 자연의 법칙이거늘. 바다에서 소리 내어 우는 세월을 보는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