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68> 부산 송도해수욕장 사진엽서

바다는 언제부터 놀이터가 됐을까 … 100년 전 한국 해수욕장의 원조

  • 김진태 국립해양박물관 전시기획팀 선임학예사
  •  |   입력 : 2026-08-20 18:55:5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부(釜山府)가 발행한 부산 송도 해수욕장 사진엽서.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8월이면 부산 해수욕장마다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백사장에 누워 여름을 만끽하는 이 풍경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한국의 여름’이다. 하지만 이처럼 당연하게 보이는 일상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사진엽서는 그 변화의 시작점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엽서 하단에는 ‘부산교외…송도해수욕장(釜山郊外…松島海水浴場)’과 ‘부산부 발행(釜山府發行)’이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엽서 속 소나무 언덕 아래에는 목조 건물이 줄지어 있고, 많은 이가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바다가 생존을 위한 ‘일터’에서 즐거움을 위한 ‘놀이터’로 재편되기 시작한 찰나의 기록이다.

1913년, 부산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지금의 송림공원 바닷가에 정자를 세우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1922년부터 일대를 유원지로 만드는 공사가 본격화되어 1924년에는 해수탕 여관 운동장 등이 들어섰다. 부산부(釜山府)가 직접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휴게소와 탈의장을 짓고 잔교와 다이빙 시설을 설치했으며, 남빈과 송도를 잇는 발동선을 운항했다. 1927년에는 별도 예산을 편성해 여성 전용 해수욕장까지 신설했다. 대한민국 1호 공설 해수욕장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본래 조선인에게 바다는 고기를 잡고 배를 띄우는 생산의 공간이었지, 놀이의 공간은 아니었다. 유럽에서 건강과 위생을 목적으로 시작된 해수욕 문화가 근대 일본을 거쳐 조선에 이식된 것이다. 해수욕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식민 당국이 예산을 들여 조직적으로 장려한 근대적 레저였다. 부산 송도가 일제강점기에 이미 ‘동양의 나폴리’로 불린 배경이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송도의 성격은 다시 변했다. 부산이 임시수도였던 시절, 피란민들에게 송도는 전쟁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해방구가 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 케이블카와 구름다리, 다이빙대가 명물로 등장하면서 타의로 이식되었던 해수욕 문화는 비로소 우리의 정서와 어우러져 한국 고유의 여름 일상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수질 오염과 백사장 유실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1987년 태풍 ‘셀마’는 송도의 상징이던 해상 다이빙대와 구름다리를 파괴했고, 케이블카마저 이듬해 운행을 멈췄다. 다행히 2000년대 대대적인 연안정비 사업으로 수중방파제를 설치하고, 2017년 해상 케이블카를 개통하면서 지난해 여름 300만 명이 찾는 명소로 되살아났다.

식민지 행정기관이 관광 홍보물로 찍어낸 엽서 한 장. 그 안에는 한국인과 바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역설적인 순간이 담겨 있다. 올여름 송도 백사장을 밟을 때, 우리가 누리는 이 ‘당연한 여름’ 뒤에 겹겹이 쌓인 백 년의 시간과 그 속에 담긴 공간의 역사를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길 권해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8. 8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9. 9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0. 10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10. 10'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3. 3‘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7. 7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10. 10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7. 7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