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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색안경 벗으면 누구나 이웃 外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6-08-27 19:24:19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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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안경 벗으면 누구나 이웃

- 찌니주의보/정지아 지음/창비/1만6800원

한국 현대사의 굵은 상흔을 뜨거운 인간애로 풀어낸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을 발표했다. 낯선 이웃과 밥을 나누며 정체성과 편견 너머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이야기다. 이성애자와 성소수자, 토박이와 귀촌인, 한국인과 이주여성…. 살아온 시간도 사랑의 방식도 전혀 다른 이들이 한마을에 모여 흉을 보고 싸우고 밥을 먹이며 어느새 이웃이 되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펄떡인다. ‘마을’에서 떠오르는 익숙한 정서와 오늘의 첨예한 문제를 한데 품은 소설이다.


# 美 인종차별 통렬한 고발장

- 주인의 손을 물어야 할지니-흑백의 세계를 살며 생각한 것들/줄리아 리 지음/강예은·문지영 옮김/후마니타스/1만9000원

미국에 이민 온 한국계 부모 밑에서 태어나 인종적 계급 구조를 헤쳐 가며 마침내 자기 자리를 찾은 줄리아 리. 백인들이 다니던 사립학교를 다니며 반항하던 시절 1992년 LA 폭동을 목격했다.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벌어진 저항운동의 한가운데서 인종주의가 자신의 삶에 남긴 상처를 되돌아보았다. 이 회고록은 저자 자신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자리 잡은 인종주의에 대한 통렬한 고발장인 동시에 자신을 끊임없이 갱신해 온 치열한 기록이다.


# 대만 홍등가 여성 12명의 삶

- 차실 여인의 마음-타이베이 완화 홍등가 이야기/리원쉬안 지음/곽규환 옮김/누항/2만 원

대만 타이베이시의 구도심인 완화 홍등가 일대에 밀집한 차실에서 성 산업에 몸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 책에 등장하는 12명의 여성은 1950~1970년대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하고’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은’ 가정에서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어려서부터 일해왔다. 이들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홍등가 여성’이라는 이름 너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그 시간을 둘러싼 사회의 빈틈이 보인다. 그들이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기 삶을 이어왔는지 묵묵히 보여주는 논픽션이다.


# 삶의 중심공간 ‘동네’ 톺아보기

- 동네의 시간-기억, 연결 그리고 발견/최성용 지음/에이도스/2만2000원

열일곱 번의 이사 끝에 인천의 한 외곽 동네에서 14년의 시간을 보낸 저자는 동네에 대해서 생각하고 관찰하고 책을 썼다. ‘동네’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삶의 중심 공간이었다. 그러나 직장 재개발 집값 교육 등 다양한 이유로 이사를 반복하는 현대 도시인에게 동네의 무게는 예전만 못하다.

아파트와 빌라, 비슷비슷한 가게, 아침이면 직장이 있는 도심지로 가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면 돌아와 잠자는 곳, 여가는 다른 지역에서, 소비는 온라인으로, 늘 다른 동네를 꿈꾸는 사람들이 사는 곳. 우리 시대 동네의 자화상이다.


# 박인환 영화평론 59편 재소환

- 명동백작들의 영화 이야기/오동진 지음/싱긋/1만7000원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으로 기억되는 박인환 시인. 전후 시인이나 모더니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박인환은 1950년대 명동의 황량한 골목길에서 누구보다 차가운 이성으로 은막(銀幕)의 세계를 탐미하던 격정의 비평가였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박인환이 남긴 영화평론 59편을 징검다리 삼아 그의 또 다른 지적·예술적 영토를 온전히 일깨워냈다. 오슨 웰스의 ‘제3의 사나이’, 조지 스티븐스의 ‘젊은이의 양지’, 르네 클레망의 ‘저주받은 자들’등 영화를 관통하는 박인환의 시선은 시대의 상흔을 직시한다.


# 소년범 교화보다 재발 방지 중요

- 착한 판사, 나쁜 판사/류기인 지음/펜타클/1만8000원

소년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때마다 촉법소년 나이 문제가 등장한다. 창원지방법원 소년부에서 5년째 소년사건을 맡아온 류기인 부장판사가 엄벌과 선처라는 단순 대립을 넘어 “이 아이를 지금 어디에 두어야 다시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소년보호사건 재판을 받는 아이들은 웬만하면 소년원에 보내지 않는 판사를 ‘착한 판사’로, 소년원에 바로 보내는 판사를 ‘나쁜 판사’로 부른다. 피해자나 일반 시민의 눈으로 보면 정반대이다. 저자는 책임을 묻는 일과 한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일이 어떻게 함께 가능할 수 있는지 묻는다.


# 외모 지상주의 꼬집는 소설

- 탐미경-얼굴을 바꿔 드립니다/최세화 지음/푸른숲주니어/1만4000원

이목구비는 물론 눈동자 색까지 자유롭게 바꿔 주는 안면 이식 나노 칩 ‘탐미경’이 필수품인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 소설. 모두가 원하는 만큼 아름다워질 수 있는 세상에 사는 중학생 수림은 매일 스타일을 검색하고 탐미경의 설정을 바꾼다. 수림은 모두 똑같은 생김새를 하고 다니는 세태를 기괴하다고 생각하지만, 탐미경을 끌 용기는 없다. 그러던 중 탐미경을 끄고 싶어 하는 해영과 슬훈을 만났다. 세 사람은 가면 뒤 ‘진짜 나’를 마주할 결심을 하고, 탐미경 본사의 중앙 제어 시스템을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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