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궁리와 시도]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영리 예술공간 ‘공간 힘’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6-09-10 18:44:57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수영구 수영동 소재 ‘공간 힘’에서 열린 ‘미술로 보일 필요가 없는 작업들과 정치적인 것들’ 전시 전경. 전시는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짚어본다. 김성효 선임기자
- 작가·기획자 중심의 대안공간
- 12년간 뚜렷한 색깔 지키며 운영
- ‘빛의 혁명’ 소재 전시 20일까지

부산의 비영리 예술공간 ‘공간 힘(space heem)’의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이곳의 위치도, 다루는 주제와 그에 따른 전시도 모두 대중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한 번 발을 디디게 되면 사회와 예술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그것을 탐구하는 진정성에 빠져들게 된다.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 인근 골목길 한편에 있는 공간 힘(수영구 수미로50번가길 3)은 2014년 문을 열었다. 창립 멤버 서평주(42) 대표와 김효영 기획자를 포함해 진세영 김선영 강주영 등 다섯 명의 전시 기획자·작가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예술가와 협업하는 구조로 운영하는 ‘대안공간’적 성격이 강하다.

공간 힘이 지역의 예술공간 중 특히 돋보이는 것은 이곳이 다루는 주제의 일관성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예술로 사유하고 발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뚜렷한 주제 의식 아래 다양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연구하며 그것을 예술의 언어로 드러내는 작업이 이 공간에서 이뤄진다. 여성·노동·개발(토목)·정치 등 민감한 사회 이슈가 전시와 작업의 주제가 되는 점, 그리고 그것을 12년간 이어왔다는 것이 이 공간이 가지는 희소성과 독창성, 진정성을 드러내 준다.

지난달 19일 시작해 오는 20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미술로 보일 필요가 없는 작업들과 정치적인 것들’도 이런 공간의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소재로 한 전시는 대통령 탄핵을 일궈낸 ‘빛의 혁명’이 가능하게 된 정치와 운동이 어떤 실패와 논쟁, 변형, 반복을 거치며 축적됐는지 짚어본다. 김태현 문서진 정동규 허윤석 작가의 사진·영상(영화)·설치 작업을 통해 1990년대 운동권과 노동자의 서적, 광장을 수놓은 야광 응원봉까지 정치적인 것이 과거에서 현재로 어떻게 이어지고 바뀌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전시장에 설치된 김태현 작가의 ‘슬릿 스퀘어 파노라마’. 사진 송기철, 공간 힘 제공
지난 7일 전시장에서 만난 서평주 대표는 2000년대 부산의 대표적인 대안공간 ‘반디’를 경험하면서 공간 힘을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반디를 통해 미술관이 아닌 대안공간이 작가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미술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봤기에 그곳이 문을 닫았을 때 매우 아쉬웠다”고 기억했다.

이어 “대학원생 시절 전시 공간을 구하기 어려웠던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작업실로 얻은 공간에서 기획전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뜻이 맞는 기획자가 모이고 공부하며 전시를 열고, 관심 있는 작가와 작업하고, 그렇게 12년의 시간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비영리 예술공간이다 보니 운영이 쉽지 않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이곳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는 기획자들 덕분이다. 서 대표는 “기획자들의 관심사가 서로 다른 것이 오래가는 동력이 됐다”며 “각자가 주목하는 사회적 주제를 차근차근 풀어내며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간 힘이 주목받는 이유 또한 ‘탄탄한’ 기획자를 꼽을 수 있다. 관심사도, 경력도, 방식도 다른 기획자 5명이 꾸준히 세미나·강연·전시 등을 열면서 전문성을 키웠고, 이제는 외부에서 작업 제안이 잇따를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기획자들의 활동 반경이 다른 지역까지 넓어졌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보는 것 같다”는 것이 서 대표의 분석이다.

공간 힘은 요즘 강연 프로그램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 서 대표는 “공간 힘의 전시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전시와 작업이 꼭 쉬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텍스트를 쉽게 병기하거나 세미나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 나오니 괴리감이 컸다. 그렇기에 대학과 현장을 이어줄 강연을 늘리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제 대안공간이란 명칭이 애매하지만 뚜렷한 주제와 성격을 유지하는 공간이 되고 싶고, 이런 공간이 늘어난다면 지역 예술이 더 다양해질 것 같다”면서 “함께 하고 싶은 작가·기획자를 모으고 연결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4. 4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7. 7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0. 10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3. 3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4. 4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5. 5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6. 6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7. 7北도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지뢰 폭발 사건은 한국 자작극”
  8. 8[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9. 9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10. 10‘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1. 1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2. 2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5. 5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6. 6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7. 7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0. 10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6. 6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7. 7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8. 8[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9. 9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0. 10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