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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 대상 받은 中 작가, ‘중화’ 아닌 동아시아 번영과 화합 역설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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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남 하동군 이병주문학관에서 황누보 작가(왼쪽)가 올해 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감과 한국 일본 중국의 우호와 문화 교류의 중요함에 관해 말하고 있다.
- ‘나림 소설과 中 배경 담론’ 주제
- 심포지엄과 국제문학상 시상식
- 김종회 공동대표 기조발제 이어
- 황누보 소설가·시인 기조강연
- 작품과 삶에 담긴 담대한 가치관
- 이병주 문제의식 만나 큰 의미

2026년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가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명골길에 자리한 이병주문학관에서 지난 19일 오후 청명한 가을 기운 속에 다채롭게 펼쳐졌다.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는 경남 하동에서 나고 자란 한국 문단 불세출의 대문호 나림 이병주(1921~1992) 선생의 예술 세계와 생애를 기려 사단법인 이병주기념사업회(공동대표 이기수 김종회)와 국제신문이 해마다 공동 주최하고, 경남 하동군·BNK금융그룹·경남스틸이 후원한다.

특히 올해는 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중국의 황누보(黃怒波·70) 작가(시인·소설가)가 지닌 화제성이 워낙 강렬하고 풍성했다. 또한 지난 7월 취임한 신임 김현수 하동군수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해 ‘하동 사람’ 나림 이병주 선생 기림 사업에 관한 의지를 밝혀 관심을 끌었다. 학술심포지엄에 이어 마련된 시상식에서는 대상 수상자 황누보 작가를 비롯해 이성진 경남문학상, 엘리자벳 김·장성진 세계디카시인상, 김해연 해외특별작가상 수상자가 상을 받았다.

심포지엄은 ‘이병주 소설과 중국 배경의 담론’을 주제로 기조발제 ‘두 영역의 서사와 통합적 결말-이병주의 ‘소설·알렉산드리아’와 황누보의 ‘초모랑마’(김종회), 기조강연 ‘한·중 문화 교류의 의의와 과제’(황누보), 주제발표 ‘코스모폴리탄의 자유와 식민지적 자기의식- ‘별이 차가운 밤이면’과 이병주 학병 서사의 마지막 물음’(최진석 서울과기대 교수), ‘몸을 통과하는 사상-메를로퐁티의 몸 현상학으로 본 이병주의 ‘소설·알렉산드리아’(이준희 중앙대 교수) 순서로 진행됐다.

티엔위안 시인(일본 조사이대 교수), 김언종 전 한국고전번역원장, 호사카 유지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최충경 경남스틸 회장, 오상준 국제신문 총괄본부장, 나림 이병주 연구회, 나림 선생 아들 이권기 씨 부부, 강희순 하동군의회 의장과 군의원, 주강홍 경남문인협회장, 정선호 경남작가회의 회장 등이 함께했다.

■드물고 거대한 삶과 작품: 황누보

장편소설 ‘초모랑마’(한글판 한성례 번역·서밋북스 펴냄·2025)로 올해 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을 받은 중국의 작가이자 시인 황누보 씨에 관해 설명하는 일은 실로 난감하다. 현재의 한국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의 궤적을 그려온, 극히 드문 존재이기 때문이다. 1956년생인 그는 에베레스트(티베트 말로 초모랑마)를 세 번 올랐다. 세계 7대륙 최고봉도 모두 등정했다. 남극과 북극 횡단에 도전해 남극점과 북극점에도 모두 도달했다. 그는 산과 극지에서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겼을 것이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서 “유네스코가 지정한 160여 개 나라 세계유산 가운데 140여 개 나라 800여 곳을 답사했고 지금도 계속 탐방하고 있으며, 2025년 12월 22일부터 열흘 동안 한국의 세계유산 17곳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유명한 명승인 안후이성 황산(黃山)의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작은 시골 전통 마을 홍춘을 가꿔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한 주역도 황누보 작가로 공인돼 있다.

이날 황누보 작가를 청중에게 소개한 티엔위안 시인은 “그는 일찍 부모를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며 힘들게 자랐고 신산한 생활을 했다. 그의 유년기는 한마디로 ‘집 없는 아이’로 집약되는 삶이었다”고 했다. 그런 황누보는 13세부터 시를 썼다. 소설가보다 시인으로서 먼저 높은 명성을 쌓았다. 황누보 작가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자작 시를 낭송한 최초의 시인이다. 그리고 그는 기업가·자선가이며 엄청나게 부유하다.

베이징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1981~1990년 중국 공산당 선전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개혁 개방 시기 사업에 뛰어든 그가 1995년 창립한 중쿤그룹(中坤集團)은 현재 중국 굴지의 대기업이며, 황누보 작가가 CEO이다. 그는 모교 베이징대학교에 토지와 건물을 기증했을 뿐만 아니라 10억2400만 위안이라는 거액을 기부했다. 한국 돈으로 1835억 원에 이르는 이 거액은 중국에서 대학이 받은 단일 기부금 가운데 최고 액수라고 한다.

■나림의 문제의식과 만나는 수상작

수상작 ‘초모랑마’는 그가 10년에 걸쳐 다듬은 방대한 장편소설이다. 작품은 두 축으로 전개된다. 중국 경제 최전선에서 펼쳐지는 전쟁 같은 기업 활동과 위기, 극한의 자연인 초모랑마 등정 길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고난. 황누보 작가는 수상 소감과 기조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혁 개방 이후 우리(중국 사회)는 마침내 돈을 벌게 되어 인간이 되었습니다. 굶지 않게 되었고, 해외 곳곳에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짐승으로 돌아갔습니다. 반인반수 상태. ‘경제 동물’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유해지고 발전한 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며, 무엇을 얻기 위함이었을까요?” 그는 자전 요소가 많이 들어간 소설 ‘초모랑마’에서 이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나림 이병주 연구회 회장을 지낸 조광수 박사는 연설을 듣고 “대가이자 고수의 풍모”라고 평했다. ‘초모랑마’와 작가의 작품 전개 방법은 여러 면에서 나림 이병주 작가와 서로 통한다는 평가 또한 심사평과 학술 심포지엄 등에서 나왔다. “직접 탐방한 한국 세계유산에 관한 책을 펴낼 계획이 있다”는 그는 “중국인으로서 저는 ‘대중화제국’이라는 사상은 옳지 않으며, 우리는 원래의 동아시아 문명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중·일의 우호와 교류를 매우 중시했다. 그는 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 상금 2000만 원을 이병주기념사업회에 기부했다.

가을 기운이 완연히 깃든 이병주문학관 뜰에서 2026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에 온 손님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새로운 기운

이날 행사 현장에서는 새로운 기운을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신임 김현수 하동군수는 “하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는 KBS창원방송총국 보도국장으로 일하던 시기 이병주 작가의 삶과 문학을 담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느끼고 배운 게 많다”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김구연 경남도의원, 강희순 하동군의회 의장도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하동군립예술단 축하 공연도 모처럼 마련됐다.

이병주문학관 측은 “우리 문학관이 주축이 돼 준비한 무크지 ‘나림’ 창간호를 올해 10월 안에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주문학관의 무크지 창간은 현재로는 ‘연 1회 정도 발간’한다는 계획이지만,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징성이 높고 중요한 이병주문학관이 선양 사업과 문학 세계 재조명에서 지역성·입체성을 강화할 바탕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이병주 애호가들이 주축이 된 나림 이병주 연구회는 올해 문학제에 엽서와 투명 카드로 이뤄진 ‘나림 굿즈’를 선보이고 행사에 적극 동참했다.

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의 한 부문인 경남문인상을 받은 김성진 시인은 “이병주문학관 초창기 인연을 맺고 봉사 활동을 한 기억이 난다. 언제나 울림을 주며, 역사와 인간에 관한 치열한 성찰을 간직한 이병주 선생을 기리는 상이어서 더욱 영광스럽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와 함께 엘리자벳 김과 장승진 시인에게 세계디카시인상이, 김해연 화가·시인에게 해외작가특별상이 수여됐다. 장승진 시인은 강원도에서 활동하며 엘리자벳 김과 김해연 시인은 45년 이상 미국에서 살며 디카시를 쓴다.

한일 관계 연구의 권위자 호사카 유지 교수는 축사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제게 나림 이병주 작가의 문학은 유용한 참고가 된다. 일제강점기 또는 친일파가 나오는 소설을 비롯해 이병주 문학에는 깊은 고뇌가 있다. 사회성·역사성이 강하며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관해 질문하는 나림 문학은 한·중·일 관계에서 활용할 좋은 자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후원 협찬 : BNK금융그룹, 하동군, 경남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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