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박보나 작가의 ‘휘파람 부는 법’. 낙원 제공 |
- “미술 외 다양한 예술활동 예정”
벽에 기대어 발성 연습을 하는 아이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제각각이다. 이게 뭘까, 이걸 왜 하지, 이걸 해서 뭘 하지, 일단 하자…. 이어진 연기 수업에서 잘 알지 못하는 감정을 표현하라고 요구받는 아이. 그는 천진난만하게 웃다가 점점 곤란함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리고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과연 아이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했을까.
 |
| 윤상하 작가의 ‘반대로 피어난 정원’. 낙원 제공 |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의 서점 사이에 전시 공간 ‘낙원’(중구 보수동 1가 125-4)이 문을 열었다. 낙원이 있는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차재민 작가의 영상 작품 ‘1보다 크거나 작거나’의 아이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어린이가 참여한 연기 수업 현장을 담은 영상은 아직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에게 그것을 표현하라고 요구하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교육을 ‘받는’ 수동적인 위치에 놓인 아이들의 모습을 비춘다. 그들은 선생님의 지시를 경청하지만 수업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도 숨기지 않는다. 작가는 그렇게 일상의 단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 속에 감춰진 이면의 속성을 일깨워준다.
보수동의 새로운 문화 공간 ‘낙원’에서 개관 전시 ‘바깥으로 당기세요’를 마련했다. ‘징조 프로젝트(김정훈 방기철 유경혜)’가 문을 연 낙원은 전시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쳐 보일 복합문화공간이다.
 |
| 권시우 작가의 ‘Swipe(정릉골)’. 낙원 제공 |
첫 전시로 기획한 ‘바깥으로 당기세요’는 5명의 작가가 들여다본 다른 풍경을 현재로 당겨와 서로 마주치는 접촉 지점을 만들고자 한다. 재개발 여성 동화 예술 교육 등 각기 다른 주제를 바라본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며 각자의 경험을 환기하고 새로운 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바깥’으로 ‘당긴다’는 모순적인 전시 제목은 ‘안과 밖’ ‘너와 나’ 등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자 하는 예술적 고민의 지점을 실천해 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에 소개된 권시우 김희주 박보나 윤상하 차재민 작가가 각각 바라본 현재의 풍경은 익숙하기도, 생경하기도 하다. 재개발의 중심에서 마주한 유대와 호소의 현실, 보는 것에서 벗어나 만지고 나누는 예술, 편지와 휘파람으로 이은 성매매 여성의 연대, 겉과 속이 다른 관계의 모순 속 감정을 드러낸 잔혹 동화까지. 멀게 느껴지는 풍경 속에는 어쩌면 주변에서 봤거나 경험한 현실이 있을 수 있고, 혹은 몰랐던 사회의 단면을 들춰볼 수도 있다. 그렇게 예술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와 접촉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
 |
| 차재민 작가의 ‘1보다 크거나 작거나’ 낙원 제공 |
낙원을 운영하는 징조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전시 기획과 작품 활동의 경력을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활동을 펼치고자 한다. 보수동을 거점으로 삼은 이들은 전시 공간 낙원을 시작으로 오는 9일 레지던스 공간 ‘프랙티스 유기력’을 열고, 카페 ‘보수동가’, 메이커 스페이스 ‘다방면’(12월 예정)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할 계획이다. 여기에 부산과 광주를 오가며 활동하는 김민지 기획자도 가세했다. 30, 40대 젊은 작가와 전시기획자 그룹이 ‘같이 또 따로’ 활동하며 보수동 일대에 새로운 예술 기운과 활기를 불어넣을 채비를 마쳤다.
 |
| 김희주 작가의 ‘오르또따띨레 VII 햅틱 단자’. 낙원 제공 |
징조 프로젝트 유경혜 기획자는 “공간의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했다기보다 공간 안에서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하고 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생각이다”며 “이를 위해 ‘자율관람제’ 등 작지만 다양한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낙원으로 가자’는 의미를 담은 ‘공간’ 안에서 무엇을 시도하고 관계를 만들어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매주 화·수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