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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가능한 사랑’ 오픈 토크에 참석한 이창동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 “자격있을까” 고민했던 이창동
- AI 시대 달라진 노동 의미 그려
- 행사 전부터 만석, 명성 입증
- 배우들 마지막 신 명장면 꼽아
- “우리 모두의 불안 담긴 이야기”
“10여 년 전 작품을 준비할 때는 ‘내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작품을 접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고통이 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최고 인기작 ‘가능한 사랑’의 이창동 감독과 주연배우 설경구 전도연 조인성 조여정이 7일 오픈 토크 행사에 참석해 관객과 만났다. 이 작품은 BIFF에 앞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높은 관심을 증명하듯 이날 야외극장은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객석이 거의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이가 몰렸다.
이 영화는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를 모티프로 한다. 해고 노동자 호석과 그의 아내 미옥 앞에 이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만들려는 감독 예지와 남편 상우가 나타나면서, 두 부부가 각자의 욕망과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 감독은 10여 년 전부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력과 수익성만이 중요해진 시대에 해고된 사람과 남은 사람, 심지어 해고된 사람끼리도 감정의 골이 패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건이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내가 이들하고 얼마나 가까이 있나’하는 질문에 스스로 확신을 가지지 못해 결국 영화를 엎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이 흐른 뒤였다. 이 감독은 “AI가 등장하면서 노동의 의미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지 않나. 그러던 중 오정미 작가가 다큐멘터리 감독의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며 “그제야 이것이 타자의 고통이 아니라 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들 역시 작품 속 인물이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설경구는 “호석은 가장 보편적인 대한민국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저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며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누구나 크든 작든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 않나. 그런 점에서 미옥은 저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과 닮아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배우들이 직접 꼽은 ‘최애 장면’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호석이 동료들과 밥을 먹기로 했던 야외 평상에 미옥과 함께 앉아 달을 바라보는 장면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조인성은 “영화를 여러 번 봤는데도 달이 나오고 음악이 들리면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전도연 역시 “저도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특히 설경구가 ‘지랄’이라고 내뱉는 부분이 현실 부부 같아 너무 와닿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