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이미 문드러진
칠십을 바라보는
나는 늙은 허수아비
스치는
바람결에도
괜스레 주눅 드는
버거운 이십사 시
온몸으로 지킨 새벽
지각없는 흰 머리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남몰래
검은 눈물로
붓질하며 감추네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차지하는 주택 비율이 60%가 넘고 거주하는 가구 수는 50%가 더 된다고 한다. 공동주택인 아파트를 관리하기 위해 경비원이 필요한데 대부분 나이 많은 사람이 도맡고 있다. 이런 경비원 자리도 들어가기가 그렇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히 채용돼 일하게 되더라도 늙어 보이지 않게 염색하여 흰 머리카락도 감추어야 하고 주민 비위도 잘 맞추어야 하는 모양이다. 노후 대비가 되어 있어서 먹고사는 일이 걱정이 없다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면 힘에 부치고 버겁지만 일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의 작은 불평 한마디에도 괜스레 주눅 들 수밖에 없다는 시인의 말을 들으니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세상 살아내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교과서에 동시조가 실릴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는 시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