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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1회 BIFF 개막식에서 영화 ‘정가네’ 팀이 AI로 만든 입장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BIFF 제공 |
- 배우별 ‘맞춤형 등장곡’ 파격
- 영화인들 “암살자(들) 정쟁 말라”
- 김혜자·구순 조각가 김윤신 등
- 관록과 연륜으로 묵직한 감동
- 판빙빙 “인간 감정, AI 대체 불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6일 시작해 열흘간의 여정을 마치고 15일 막을 내렸다. 올해도 영화제 곳곳에서 화제를 모은 장면이 쏟아졌다. 생성형 AI로 만든 레드카펫 음악부터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선 작품들,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 스타들까지 올해 BIFF를 뜨겁게 달군 순간들을 돌아봤다.
■레드카펫 달군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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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제31회 BIFF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배우 김혜자. 연합뉴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막식 레드카펫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다만 주인공은 달랐다. 지난해 배우 신예은과 할리우드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의 ‘애교 배틀’이 화제를 모았다면 올해는 스타들의 등장 음악이 눈길을 끌었다.
흔히 레드카펫 행사에는 클래식 음악이나 영화 OST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올해 BIFF에서는 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당사자의 이름과 출연작을 가사에 담은 노래가 울려 퍼졌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맞춤형 등장곡’이었다. 예상치 못한 노래에 깜짝 놀란 심은경과 김민하의 모습부터 음악에 맞춰 춤을 춘 류승룡 박해준 옹성우의 순발력 넘치는 장면 등이 SNS를 통해 퍼지며 화제가 됐다.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파격적인 시도가 재치 있고 신선했다는 호평이 나온 반면, AI로 만든 음악이 영화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AI는 올해 영화제의 주요 화두였다. 지난 10일 열린 ‘포럼비프’는 ‘AI 영화의 미래: AI와 예술가는 공존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AI와 영화의 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행사에는 중국 거장 지아장커 감독이 직접 제작한 AI 영화가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비초청작’이 최고 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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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영화인 20여 명이 ‘암살자(들)’ 논란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연 모습. 영화인 단체 제공 |
올해 BIFF의 화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제 초청작에 포함되지 않은 ‘암살자(들)’이었다. 영화제가 열리기 전에 개봉한 ‘암살자(들)’은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되자 레드카펫 등 주요 행사 참석을 취소했다. 그럼에도 영화제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 7일 열린 경쟁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암살자(들)’ 논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은 “역사가 오늘날 예술의 형식으로 우리에게 오는 것인 만큼 관객의 반응은 다양할 수 있고, 그것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영화인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정지영 이명세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 20여 명은 지난 8일 해운대해수욕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를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촉구했다. 영화의 주연 배우 박해일은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남포동에서 마련된 커뮤니티비프 ‘마스터톡’에는 예정대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화제작은 다음 달 공개를 앞둔 디즈니+ 시리즈 ‘재혼 황후’였다. 지난 10일 열린 야외무대인사에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 등 주연 배우들이 참석해 많은 팬이 몰렸다. 신민아와 주지훈은 관객과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누는 ‘액터스 하우스’에도 참여해 팬과 소통했다.
■‘인상적인’ 스타들
조용한 멋과 매력을 뽐낸 인상적인 스타들도 만날 수 있었다. 9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여전히 찬란하게’로 BIFF를 찾은 배우 김혜자는 영화제 내내 온화한 미소로 팬들과 만났다.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고운 한복을 입고 등장해 박수받은 그는 지난 8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야외무대인사에서 송일곤 감독의 ‘육(六)고초려’ 일화를 밝히며 “좋은 대본 훌륭한 감독을 믿고 용기를 냈으니 여러분들이 많이 점수를 주시면 좋겠다”고 말해 관록의 배우도 개봉을 앞두고 똑같은 마음임을 내비쳤다.
구순의 현역 조각가 김윤신도 BIFF에서 화제였다. 그는 임선애 감독의 다큐멘터리 ‘김윤신은 미술관에 없다’ 주인공 자격으로 레드카펫을 밟고 관객과 만났다. 그는 “건강하게 내 작품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가는 게 원하는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영화계 이슈인 ‘AI’에 대한 스타들의 의견도 주목받았다. 웨인 왕 감독의 ‘미친 노인의 일기’로 BIFF를 찾은 배우 판빙빙은 기자회견에서 나온 AI 배우에 관한 질문에 대해 “사람이 연기할 때 나오는 감정과 삶에서 쌓인 노련함, 표현 방식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작 ‘내일은 이름이 있다’로 부산을 찾은 프랑스 대표 배우 이자벨 위페르도 AI에 관한 질문에 “디지털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영화관과 음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극장은 여전히 존재하고, 복고 열풍 속에 레코드 가게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며 “AI 때문에 영화가 위협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