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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오 작가의 ‘희망이 되다’(왼쪽), 윤유담 작가의 ‘침묵’. 디오티미술관 제공 |
- 윤유담·노대식·박형오 작가 3인
- 부산서 무게감 있는 조각 선보여
눈을 감은 노인의 얼굴에는 희로애락 인생사가 담겨 있는 듯하다. 이마 눈 입 사이 패인 잔주름으로 뒤덮인 얼굴, 무언가를 보고 싶지 않고 보지도 않겠다는 듯이 지그시 감은 눈, 그렇지만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귀. 사실적인 묘사가 더 강렬한 고독의 이미지로 다가오는 얼굴 조각을 바라보면서 쉽게 닿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진다. 오랜 시간 매만지고 다듬어 완성한 조각은 이미지 그 이상의 존재로 다가온다.
디오티미술관(부산 동래구 온천동)이 무게감 있는 작가 3명의 조각 작품을 소개한 전시 ‘조형의 구축 방식들 Ⅱ: 물질의 행위’를 마련했다. 이 전시는 충남 보령 모산조형미술관과 함께 기획한 것으로, ‘조형’을 모티브로 같은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방법으로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발견하는 데 집중했다. 모산조형미술관을 통한 작가 3명의 작품을 부산 디오티미술관에 전시했고, 반대로 부산 안재국 이성복 작가의 작품을 모산조형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디오티미술관의 전시에는 윤유담 노대식 박형오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지역 작가의 예술 세계를 접할 수 있어 흥미롭고, 무엇보다 무게감 있는 조각을 이처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 더 인상적이다.
고요함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노인의 얼굴 조각을 비롯해 동물과 인간의 사실적인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한 윤유담 작가는 엇갈리는 시선의 구조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형상화하고자 했다. 동물과 인간의 눈동자, 그 눈이 머무는 시선이 닿은 자리에서 타인을 바라보는 동시에 우리의 모습을 비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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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대식 작가의 ‘고요함에 머물다’. 디오티미술관 제공 |
다양한 색채를 입은 노대식 작가의 조각 작품은 좀 더 유머러스하다. 가냘픈 청년이 잠을 자며 ‘낮 꿈’을 꾸는 모습은 삶의 무게를 견디며 꿈을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고, 사람 모습을 한 동물들은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한다.
빛과 색이 어우러져 몽환적이면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박형오 작가의 조각도 매력적이다. 그는 유년기의 기억과 꿈, 어머니에 대한 경험으로 이어지는 모성 원형을 바탕으로 한 기억과 이미지를 조각으로 구현했다. 어릴 적 기분 좋았던 기억을 옮겨놓은 듯한 작품에서 포근한 엄마 품을 떠올리게 되고, 그렇게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감정으로 잇는 경험을 하게 된다.
3명 작가의 작품은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에서 출발했지만 재료를 쌓아 올리고 다듬고 가꾸는 동일한 방식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진 공통점이 있다. 손과 물질이 조형적인 행위를 통해 형태로 구체화되는 과정. 그렇게 감각을 쏟아붓고 시간을 들여 완성한 조각은 묵직하면서 깊은 감정의 흔적을 남긴다.
모산조형미술관 전시에 참여한 안재국 이성복 작가는 형태와 공간, 반복과 배열, 크기와 간격 등 작품을 이루는 요소의 관계에 주목한 작업을 설치했다. 하나의 구조가 규칙을 만들고 작품을 완성하며 조형적 질서를 드러내는 광경에서 작가의 사유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디오티미술관 측은 “두 미술관에서 진행한 전시는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대상을 바라보고 재료를 선택하며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구축하는 흐름을 공유하는 공통점을 지닌다”며 “완성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축적된 시선과 관계, 행위의 흔적을 발견하며 조형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열리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