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작업실 배미정 ‘사이시옷’
- 서울 떠난 뒤 관계로 서사 확장
- 낭만시간연구소 엔조 ‘면면’展
- 남미 대자연서 느낀 감정 표현
배미정 작가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부산에서 마주한 바다 풍경과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작업의 시선이 확장됐다. 반면 부산에서 작업한 엔조 작가는 남아메리카로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풍경과 사람을 마주했다. 그곳에서 얻은 영감은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다.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변화’의 출발선에 선 두 여성 작가의 전시가 눈길을 끈다.
■배미정-바닷가 사이시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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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정 작가의 ‘포옹’. 작가 제공 |
배미정 작가가 제이작업실(부산 동구 좌천동)에서 연 개인전은 서로 다른 존재들을 잇는 ‘관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시 제목 ‘사이시옷’은 ‘바다’와 ‘가’ 사이에 놓인 작은 글자이자,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인)’이다. 그는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바라본 바다, 바다에서 느낀 감정, 그리고 이곳에서 맺은 관계를 통해 사람과 풍경, 개체와 무리, 생물과 지형, 물과 땅의 ‘사이’를 회화와 드로잉으로 풀어냈다.
작가는 그동안 ‘아는 여자’ 연작을 통해 여성의 서사와 감정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부산에서의 경험으로 작가의 시선은 여성의 몸과 마음에서 그들이 머무는 풍경과 작은 생명들로 이어졌고, 이는 곧 작품의 변화로 나타났다. 부드럽게 퍼져 나가는 듯한 색으로 감싸안은 여성, 여성과 연결되어 퍼져 나가는 선. 그렇게 여성은 또 다른 생명과 이어지며 흔적을 남기고 특별한 존재가 된다.
배미정 작가는 “이전까지 주변인과의 관계에서 얻은 공감을 바탕으로 작업했다면, 부산에서는 이곳에서 만난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가 작업의 출발이 됐다”며 “서로의 곁을 지나며 생겨나는, 아직 이름 붙지 않은 풍경을 그렸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와 동아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설치 회화 글 등을 통해 작업하고 있다. 2021년 그림 에세이 ‘아는 여자’를 출간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정부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15일까지.
■엔조-면면(TWO SIDES OF 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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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조 작가의 ‘Selk’nam Figures-2.
낭만시간연구소 제공 |
엔조 작가의 화면은 정제된 선과 면으로 채워졌다. 그는 실제 공간과 눈으로 인식하는 공간 사이의 차이를 탐구하며 일상의 사물을 기하학적으로 분할하고 과장된 투시와 비현실적인 그림자를 활용해 디지털 그래픽 같은 ‘2.5D’ 회화를 선보였다.
그런 작가의 화면에 변화가 생겼다. 계기는 남미로 떠난 여행이었다. 남아메리카 최남단 파타고니아에 도착한 그는 광활한 대지와 거대한 산맥, 거친 바람, 황량한 풍경을 마주하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의 유한함을 온몸으로 겪었고, 그렇게 얻은 감정과 감각을 새로운 색채와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낭만시간연구소(동구 초량동)에서 연 개인전은 작가의 변화를 마주할 수 있는 전시이다. 이번에 선보인 신작에서 작가는 선명하고 강렬했던 색채를 절제하고 매끄럽던 표면에 거친 질감을 더했다. 정교하게 계산된 선과 면 사이에는 자유로운 낙서와 불규칙한 흔적이 등장했다. 대자연에서 느낀 감정과 감각의 흔적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작품은 셀크남(Selk’nam)의 기하학적 문양이다. 남미 지역 원주민 공동체 셀크남의 전통 의례에서 자신의 조형 언어와의 접점을 발견한 그는 기하학적 문양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파타고니아 자연에서 경험한 색채와 거친 질감을 결합해 새로운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일상의 오브제를 변형해 인공적인 공간을 만들고, 낯선 자연 문화를 자신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익숙한 형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엔조 작가는 동아대에서 조각과 미술교육(석사 취득)을 전공했고, 홍티예술촌 1기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오는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