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유일 장애인 국악오케스트라
- 연주 포함 시선 처리·동선도 지도
- 사회 적응돕는 치유·경제자립 역할
“아니. 초코파이를 세로로 먹는다고 생각하고 입을 크게 벌려 노래해야지”, “피리를 마이크로 가져다 대는 게 아니라 마이크를 당겨야 해”
 |
| 발달장애인 국악연주단 ‘청’ 김민재(39) 음악감독이 연주단을 꾸린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
지난 13일 오후 4시10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건물 2층 진솔미예술학원. 국악연주단 ‘청’ 김민재(39) 음악감독이 25명의 단원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쉴 틈 없이 지도한다.
대금과 해금, 피리, 건반, 각종 타악기까지 빠짐없이 구색을 갖춘 터라 이들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 역시 수준급이다.
얼핏 보면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등이 이룬 평범한 동호회 활동 같지만 이곳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파란들 발달장애인협회’, 사회적협동조합 ‘정나룸’ 소속 발달장애인 13명과 요양보호사 등 비장애인 12명으로 구성된 경남 유일의 장애인 국악 오케스트라인 점이다.
이런 이유로 김 감독은 박자 음정 등 연주 관련은 물론 손 모양과 시선 처리 동선 등 일반인이라면 능동적으로 해낼 부분도 일일이 교정하고 가르쳐야 한다.
음계와 음표 대신 한글 계이름과 사용하는 손, 화살표 등으로 채워진 맞춤형 악보도 그가 직접 고안했다. 일부 단원은 한글부터 가르치기도 했다.
수업 과정에선 시종일관 농담 섞인 말로 수업 집중도를 높이는 한편, 용기를 북돋는 언행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걸 잊지 않는다.
김 감독은 이처럼 일주일에 두 번 단원들과 시간을 보내며, 실력을 키우는 데만 매몰되지 않고 사회 적응을 돕는 ‘치유’를 병행한다.
김 감독은 “전체적인 연주단 기량을 높이고 개개인의 정서적 안정까지 도모해야 하기에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며 “고개 숙이던 단원이 점차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힘이 솟는다.
연습만 해선 사회성이 길러지지 않는다는 그의 신조는 실제 길거리·무대 공연 참여로 이어진다.
지난 2일 밀양시 삼랑진읍 오순절평화의 마을에서 버스킹을 선보였고, 오는 28일 창원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에서 세종국악회관 주최로 열리는 국악음악회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김 감독이 ‘청’을 만들게 된 계기는 그의 본업인 방과 후 강사와 무관하지 않다.
2016년 주간보호시설 ‘정나룸’에서 발달장애인 1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난타 수업 의뢰가 들어온 게 ‘청’의 시초가 됐다.
마산에서 태어나 초·중·고교를 거쳐 경남대 음악교육학과, 중앙대 국악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12년부터 경남 일대에서 난타와 사물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김 감독은 “당시 타악 수업만 하다 보니 소외되는 친구들이 있었고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하다 국악연주단을 꾸리게 됐다”며 “시작할 땐 악기조차 갖추지 못해 장애인문화원으로부터 지급받은 1년 치 강의료 250만 원에 사비 100만 원을 더 보태 이를 구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스스로는 소박하다고 말하지만 결코 누구나 도전할 수 없는 꿈이 있다.
단원들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인증하는 ‘직업 예술인’으로 당당히 등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대 경험 횟수 등 예술 활동 경력을 일정 수준 이상 입증하고 심사도 받아야 한다.
김 감독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발달장애인이 연주단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 그 자체로도 만족한다”면서도 “나아가 직업을 가지기 힘든 이들이 음악 관련 일을 통해 경제 활동까지 병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힘든 과정이지만 꼭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