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이런 모습 보여주지 않겠다."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4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이스터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한뒤 풀죽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못했다기보다 가나의 기량이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원정으로 치른 경기들이 홈보다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다. 원정 경기에서 오는 집중력 저하와 심리적 부담감이 작용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린 것이 경기 결과로 이어졌고 포백라인이 너무 뒤로 처져 1선과 3선의 간격이 벌어져 힘든 경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강한 상대와 경기하면서 본선에 대비해 고쳐야 할 것들이 드러나 한국에는 보약이 된 경기였다.

공격에서는 안정환이 최전방 원톱으로 '타깃맨'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타깃맨은 상대 볼을 뺏어 역습을 할 때 최전방에서 꼭짓점 역할을 해야한다.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면서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자신이 직접 돌파를 하든지 아니면 사이드로 볼을 돌려 측면 공격을 유도해야 한다. 안정환은 움직임이 적어 미드필드에서 볼 투입 자체가 어려웠고 그나마 연결된 볼도 대부분 뺏겨 공격의 흐름을 차단했다. 후반 조재진이 들어간 뒤 공격이 살아난 것을 염두에 두면 그 역할을 알 수 있다.

왼쪽의 박주영도 부진, 오른쪽 이천수의 측면 돌파에만 의존하다 보니 활로를 찾지 못했다. 이영표의 순간적인 오버래핑이 여러차례 나왔지만 좀 더 적극적인 플레이를 주문하고 싶다. 오른쪽 송종국은 거의 사이드 돌파가 없었다. 한국이 공격할 때 항상 수적인 열세를 보인 것도 미드필드와 사이드 풀백의 지원이 부족해서다.

미드필드에서도 개인기가 뛰어난 가나에 밀렸다. 박지성은 상대 수비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고 이호는 경험 부족과 순간적인 판단 능력에서 김남일보다 떨어졌다. 박지성은 큰 경기 경험도 많고 최고의 리그에서 뛰기 때문에 본선에 가면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이고 이을용도 마찬가지다. 0-1로 뒤지던 후반 중거리포로 반전을 꾀한 것도 역시 노련한 플레이에서 나왔다. 이호는 좋은 선수지만 경기를 읽는 능력은 아직 김남일에 떨어진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을 끊고 공격으로 연결하는 플레이가 자주 나와야 하는데 거의 보기 힘들었다. 그런 면에서 김남일이 정상 컨디션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한국의 수비 포백라인은 너무 뒤로 처진다. 강한 팀은 1선과 3선의 간격이 25~30m 정도다. 그러나 가나전에서 한국은 40m가 넘었다. 이는 3선 포백라인이 자꾸 뒤로 물러나면서 발생했다. 3선이 처지면 미드필드 간격이 넓어져 미드필더들의 부담이 크고 이는 곧바로 수비에 위협이 된다. 세계 흐름은 상대지역에서 공격하고 수비하는 것이다. 포백라인이 가나 수비라인처럼 좀 더 전진해야한다.

또 페널티킥을 준 김진규의 플레이는 본선에서 절대로 나와서는 안된다. 곧바로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후반 2번째 골을 줄 때 골문 앞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친 것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토고 스트라이커가 신장 190㎝의 아데바요르다. 3번째 골 상황에서 드러났듯이 포백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마크와 크로스에 대한 수비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 후반 김진규가 빠지면서 포백라인이 사실상 와해됐는데 고참 최진철과 김진규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란다.

본선 첫 경기 토고전까지 일주일 이상 남았다. 당연히 선수들은 현재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남은 기간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고 가나전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충분히 16강이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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