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했던 부산 배드민턴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고 자부합니다. 지금도 초·중학교의 유망주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경기단체에 대한 부산시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너무 아쉽습니다."

박순호 부산시배드민턴협회장은 인디안 브랜드로 대표되는 세정그룹을 이끄는 전문 경영인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부산 체육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8년부터 8년째 부산 배드민턴을 이끌면서 '배드민턴 예찬론'을 펴는 박 회장을 만나 부산체육의 현실과 발전 방안을 들어봤다.


-8년이나 협회를 맡아왔으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처음 협회를 맡았을 때는 아무 것도 없었다. 배드민턴협회라는 이름만 있었지 심지어 사무실조차 없이 전무 혼자서 업무를 보는 정도였다. 그래서 사직체육관에 사무실을 얻고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 선수들을 위한 샤워장과 휴게실도 마련했다. 배드민턴부를 운영하는 각급 학교의 교장 모임을 주선했다. 많은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부산 배드민턴의 현실은 어떤가.

▲선수 육성에 힘을 쓰고 있다. 이제 남녀 두 곳씩 있는 초등학교 배드민턴 팀을 더 키워야 한다. 배드민턴 종목의 특성상 어린 시절에 소질있는 선수를 발굴해 육성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 어렵다. 지금도 각 초등학교에 재능있는 선수들을 빨리 찾아 키워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물론 해당 학교에는 금전적 지원 뿐만아니라 라켓 등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초중학교 선수 가운데 소질이 있으면 집중 지원하라고 지시해뒀다.

3번째 연임하면서 지난 2002년 제주도전국체전에서 종목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이번 제87회 경북체전에서도 종합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협회의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세정그룹과 관련된 업체 관계자 및 점주들을 사외이사로 모셨다. 이들에게 기금을 모아 1억 원가량의 적립금을 만들어놓았다. 재능있는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방안이다.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도 배드민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정은이나 황정운 등 부산의 배드민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기특한 생각이 든다.

-배드민턴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학창 시절에는 운동에 큰 관심이 없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다만 걷고 뛰는 것은 좋아한다. 배드민턴은 집에서 시간이 날때 가끔 즐긴다. 실제로 해 보면 무척 힘든 운동인 것을 알 수 있다. 건강관리와 심폐기능 증대에 좋은 점이 많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으며 장소 관계없이 어느곳에서나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1시간만 해도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다.

-배드민턴 이외의 부산체육에 대한 생각도 많을 것 같다. 부산체육의 발전을 위한 의견을 듣고 싶다.

▲쓴소리 같지만 부산시와 체육회 직원들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 적어도 경기단체장들과 각 협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기단체장은 시간과 돈을 뺏겨가면서 맡은 봉사직이다. 몸 바쳐 희생하는 자리다.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지만 부산시의 태도와 지원 의지는 여전히 부족하다.

일부 부실한 단체를 시가 방치하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하는 시와 체육회가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부산 체육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부산시장을 비롯해 각 구군의 기초단체장들과 경기단체장들의 정기적인 만남도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단체장들의 애로와 목소리도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산체육회가 필요할 때는 떠맡겨 놓고 이후에는 나몰라라 한다면 더 이상 이 일을 할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경기인 단체장과 기업인 단체장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혹시 전문 경영인으로서 체육단체를 맡아 애로점은 없나.

▲실제 여러 체육회에서 내부 알력이 심한 것으로 듣고 있다. 모두 개인의 욕심이 개입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기인 출신이든 기업인이든 자신들이 맡고 있는 종목의 발전만 생각한다면 싸울 일이 없다.그런 점에서 부산 배드민턴계가 수년간 잡음없이 운영되고 있는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기업을 경영하다보니 선수들과 생각만큼 자주 만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대한요트협회장까지 겸직하고 있다. 그래서 부산배드민턴협회에서는 박 회장이 이번 임기가 끝난 뒤 그만두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사실 중앙의 협회장을 맡으면 지역 협회장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부산 배드민턴의 열악한 현실 때문에 그만두지 못했다. 요트협회장으로서 2009년 세계대회를 부산 수영만에 유치해놓고 있다. 이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 중국 등 경쟁국가를 따돌리고 힘들게 유치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싶다.

물론 이제 배드민턴 협회장은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오래했다. 협회 몫으로 1억 원의 배드민턴 발전기금을 모아뒀기 때문에 (내가 그만두더라도) 쉽게 협회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경기단체장의 자격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보는가.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어떤 종목이든 협회장은 애정과 관심이 큰 사람이어야 한다. 재력이 받침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를 내세우기 좋아하는 사람은 경기단체장이 되면 안 된다. 경기단체장은 감투가 아니다. 꿈나무를 키워 부산체육, 나아가 한국의 체육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사명감이있으면 된다.

-앞으로 계획은.

▲아시안게임 때 카타르 도하에 갈 것이다. 물론 대한요트협회장 자격이다. 그러나 부산출신의 배드민턴 대표선수들을 만나 식사도 같이 하고 격려할 예정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사기를 북돋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