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성남 일화 선수들이 지난 25일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수원을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뒤 김학범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성남 일화가 통산 7번째 별을 가슴에 달았다.

성남은 지난 25일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모따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거두고 2006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성남의 우승에는 '박사 감독' 김학범(46) 감독의 힘이 컸다.

K-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통하는 김 감독의 '분석력'과 스타 플레이어를 많이 보유하고도 이들을 잡음 없이 이끈 지도력이 성남 우승의 원천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대표팀 코치를 지내긴 했지만 현역시절에는 국가대표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채 아마추어팀 국민은행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고 은퇴 뒤에는 잠시 은행 지점에도 대리로 근무했던 '샐러리맨 출신 사령탑'이다. 때문에 명장 보비 롭슨 감독의 통역으로 시작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신흥 명문 첼시의 선장이 된 포르투갈 출신 조제 무리뉴 감독과도 이력 면에선 종종 비교된다.

김 감독은 화려했던 현역 시절은 없는 대신 끊임없이 공부하는 지도자로 인정받아왔다. 올해 명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박사 사령탑'이 됐다.

그의 지도 철학은 독특하다.

"죽으라고 뛰면 힘만 들지 그렇다고 경기가 풀리는 게 아니다. 프로 선수가 조기축구회 경기에 뛰면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볼을 툭툭 차면서도 경기를 리드할 수 있다. 왜 그럴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김 감독은 평소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흐름'을 읽으라는 주문을 자주했다. 훈련장에서도 누가 술래인지 모르는, 다소 이상한 패싱게임으로 선수들에게 볼의 흐름을 읽는 '눈'을 길러줬다.

성남은 또 전기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표로 우승한 다음 후기리그에서 오는 '후유증'을 최소화했다. 2004년과 2005년 포항과 부산이 전기 우승 이후 후반기에서 추락한 뒤 챔피언과 멀어져 갔다는 점을 곱씹어보면 성남의 행보는 대조적이었다

포르투갈 리그로 나갔다 유턴한 뒤 발목 부상으로 넉달을 쉰 모따에 대한 믿음이나, 이따마르 네아가 조병국 김용대 등 팀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데도 김 감독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김용호 기자 일부연합뉴스


◇K-리그 역대 우승팀

연도 우 승 준우승 MVP 1983년 할렐루야 대우 박성화(할렐루야) 1984년 대우 유공 박창선(대우) 1985년 럭키금성 포항제철 한문배(럭키금성) 1986년 현대 대우 이흥실(포철) 최강희(현대) 1987년 대우 포항제철 정해원(대우) 1988년 포항제철 현대 박경훈(포철) 1989년 유공 럭키금성 노수진(유공) 1990년 럭키금성 대우 최진한(럭키금성) 1991년 대우 현대 정용환(대우) 1992년 포항제철 일화 홍명보(포철) 1993년 일화 LG 이상윤(일화) 1994년 일화 유공 고정운(일화)

연도 우 승 준우승 MVP 1995년 일화 포항 신태용(일화) 1996년 울산 수원 김현석(울산) 1997년 부산 전남 김주성(부산) 1998년 수원 울산 고종수(수원) 1999년 수원 부산 안정환(부산) 2000년 안양 부천 최용수(안양) 2001년 성남 안양 신태용(성남) 2002년 성남 울산 김대의(성남) 2003년 성남 울산 김도훈(성남) 2004년 수원 포항 나드손(수원) 2005년 울산 인천 이천수(울산) 2006년 성남 수원 미정 (12월20일 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