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운동시합에 앞서 선수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의 기를 꺾는 것이다. 복싱경기에서 선수들이 살벌한 눈싸움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부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은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는 김연아는 아무런 말이 없는데 경쟁자들이 먼저 시비(?)를 걸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일본의 안도 미키 측이 3일 김연아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안도를 지도하는 니콜라이 모로조프 코치는 이날 피겨 전문사이트 '아이스네트워크닷컴'과 인터뷰에서 "안도는 김연아를 꺾을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모로조프 코치는 그 근거로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김연아를 이겼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점수를 깎여 근소한 점수 차로 패했던 것을 들었다. 당시 김연아는 총점 188.68점으로 185.94점의 안도를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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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다 마오 |
모로조프 코치는 이어 "안도는 쿼드러플 살코우(공중 4회전)를 계속 연습하고 있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꼭 필요하지는 않다"며 "쿼드러플 살코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계챔피언인 김연아에 대항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전주에서 끝난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에서 극적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아사다 마오(일본)도 일찌감치 김연아에 대해 딴죽을 걸었다. 아사다는 경기 후 "동계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은 80% 정도"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최대한 감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마치 우승이 예약된 것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안도와 마오의 이런 도발과는 별개로 스포츠계의 객관적인 시선은 냉정하다. 최근 미국정보포털 유코피아는 LA 타임스의 올림픽 전문 칼럼니스트인 필립 허시의 말을 인용해 "아사다가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내고 우승을 차지한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의 쇼트 점수는 한마디로 '끔찍'(awful)했다"고 혹평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아사다는 김연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AP통신도 최근 김연아가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부문에서 아사다와 안도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당사자인 김연아의 태도 역시 의연하다. 현재의 기량만 유지해도 올림픽 금메달은 '떼어 놓은 당상'인데 운동 외적인 일로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