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그리스전에 나설 한국대표팀의 '키 플레이어'는 좌우 날개로 뛰게 될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듀오인 이들의 발놀림에 따라 한국 축구의 꿈인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지성의 존재는 이제 한국 축구의 명운과 궤를 같이 한다. '박지성 시프트'라 불릴 만큼 한국 대표팀의 전술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되고 완성된다.
박지성은 그리스전에서 왼쪽 미드필드를 맡지만 골문 앞과 중원은 물론 이청용과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진영을 휘저을 것으로 기대된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기량 면에서 완전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청용도 날카로운 돌파와 패스, 감각적인 슛으로 그리스전에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 사냥에 나설 투톱은 스트라이커 박주영(AS모나코)과 '왼발 달인' 염기훈(울산)으로 좁혀졌다.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를 겨냥한 모의고사로 생각했던 지난달 30일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박주영의 파트너로 이근호(이와타)를 세웠지만 이근호가 최종 엔트리(23명)에서 탈락하면서 염기훈이 박주영의 새로운 짝으로 나서게 됐다. 박주영은 왼팔꿈치 탈골로 컨디션이 다소 나빴지만 최근 예전 상태의 기량을 완전히 되찾았다. 특히 슈팅감이 절정을 이루면서 세트피스 때 전담 키커로 나설 전망이다. 박주영의 오른발이 있다면 왼발은 염기훈이다. 염기훈은 박주영과 함께 전담 키커 특명을 받고 발끝을 담금질하고 있다.
중앙 미드필더진은 검증된 기성용(셀틱)-김정우(광주 상무) 듀오가 호흡을 맞추면서 중원 장악에 나선다. 현대 축구가 중원에서 얼마나 강한 압박을 가하고, 이겨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만큼 이들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이청용과 함께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기성용은 이번 대회에서 전 세계 유명 클럽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입증해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기성용은 9일 셀틱 구단 인터넷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 나는 13살이었고 호주에 있었다"며 "그때 아무도 한국이 4강에 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런 결과가 나온 뒤로는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이번에도 조별리그 통과에 이어 8강도 가능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우는 강한 투지와 체력으로 압박에 능해 허 감독의 신뢰를 챙겼다.
포백 수비진은 왼쪽부터 이영표(알 힐랄)-이정수(가시마)-조용형(제주)-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차례로 늘어설 것이 유력하다. 붙박이 중앙수비수 조용형이 피부 발진과 통증을 수반하는 대상포진 초기 증세로 이틀 연속 훈련에 불참했지만 그리스와 경기에는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는 게 코치진의 설명이다. 주전 골키퍼로 나설 것이 확실한 노장 이운재(수원)는 큰 게임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기회이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 때 허벅지를 다친 후 20일 넘게 재활을 해왔던 공격수 이동국(전북)도 정상 컨디션을 되찾아 그리스와 1차전 때 벤치 멤버로 출격 명령을 기다린다. 허정무 감독은 8일 선수 인터뷰 때 애초 지정했던 이청용 대신 이동국을 내세울 만큼 기 살리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다롄 스더)과 탈장 수술 여파로 훈련을 하루 쉬었던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톰 톰스크)도 교체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려 후반에 기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조용형의 컨디션 저하를 우려해 중앙수비수 백업인 김형일(포항)과 강민수(수원)도 벤치 멤버로 대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