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거미손의 탄생'.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백전노장 이운재(수원) 대신 주전 골키퍼로 투입된 정성룡(25·성남·사진)의 카드는 탁월했다. 정성룡은 완벽에 가까운 방어로 사력을 다한 그리스의 반격을 매번 무력화시켜 한국의 첫 승을 견인했다.
3번의 월드컵 출전 경력에다 131번의 A매치 경험을 가진 이운재에 비해 정성룡은 이번 그리스전이 월드컵 데뷔 무대였다. 그런 까닭에 이운재를 제치고 주전으로 발탁됐을 때만 해도 의외와 우려의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정성룡(189㎝)이 이운재(182㎝)보다 키가 크고 팔이 길어 장신의 그리스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정성룡은 그리스전에서 10여 차례의 코너킥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골문을 지켰다. 특히 전반전 종료를 몇 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상대 최전방 공격수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후방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겨냥해 헤딩을 시도할 때 강렬한 햇빛으로 볼을 놓칠 뻔했지만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기를 넘겼다. 또 후반 35분 게카스가 아크 정면에서 위협적인 왼발 터닝슛을 날릴 때도 몸을 날려 펀칭으로 막아내는 등 수차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신들린 선방으로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 경기 이후 8년 만에 무실점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정성룡은 2003년 국내 K-리그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주전이었던 김병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다 김병지의 FC서울 이적으로 기회를 얻었다. 2008년 1월 성남 일화로 이적, 주전 수문장으로 활동하다 같은 달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허 감독의 낙점을 받아 A매치에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