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첫 경기부터 각 팀 간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남아공이 전통의 강호인 멕시코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하는 깜짝 기량을 선보였는가 하면 잉글랜드는 한 수 아래의 미국과 비기는 등 이변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과 한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를 누르며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프랑스는 우루과이와 비기면서 강호의 체면을 구겼다.
◆ 비긴 남아공 개최국 '개막전 불패' 전통 사수
개최국 첫 경기 무패 전통은 결국 결국 깨지지 않았다.
2010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공(FIFA랭킹 83위)은 12일(한국시간) 새벽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멕시코(17위)와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한 골씩 주고받는 공방 속에 1-1로 비겼다. 남아공은 후반 10분 시피웨 차발랄라(카이저치프스)가 페널티지역 왼쪽 앞에서 공을 잡고 수비수를 멋지게 제치면서 강한 왼발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번 대회 첫 골. 하지만 남아공은 경기 종료 10여 분을 남기고 멕시코의 라파엘 마르케스(바르셀로나)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남아공은 후반 종료 직전 카틀레고 음펠라(마멜로디 선다운스)의 슛이 왼쪽 골대에 맞고 튀어나오는 불운까지 겹쳐 아쉬움이 더 컸다.
남아공은 비록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지만 역대 월드컵에서 개최국의 1차전 무패 전통을 이어가며 사상 첫 16강 진출을 향해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개최국 첫 경기 불패 기록은 14승 6무로 늘게 됐다. 반면 14번째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멕시코는 역대 개막전에서 통산 3무 2패로 무승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프랑스 무뎌진 창, 우루과이 방패 못 뚫어
"축구는 팀 스포츠인데 프랑스 선수들에게 '팀'은 책 속에만 존재하는 말인 듯하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가 지난 12일(한국시간) 새벽 남아공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본선 A조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자 유럽의 스포츠전문매체인 유로스포츠가 내보낸 논평이다.
두 팀 모두 플레이오프를 거쳐 힘겹게 본선에 오른 만큼 첫 승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공격을 주도한 프랑스나 수비에 치중한 우루과이 모두 잇단 패스 미스 속에 골 결정력 부재로 지루한 경기가 이어졌다.
4년 전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결승으로 이끌었던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최근 부진했던 간판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바르셀로나)를 벤치에 앉힌 채 4-3-3 전법을 들고 나섰고, 우루과이는 골게터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루이스 수아레스(아약스)를 투톱으로 내세운 4-4-2 전술로 맞섰다. 프랑스는 경기가 풀리지 않자 후반 20분 앙리와 플로랑 말루다(첼시)까지 투입했고 때마침 우루과이의 니콜라스 로데이로(아약스)가 후반 25분 퇴장당했지만 끝내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 나이지리아 골키퍼 신들린 선방 돋보인 한판
아르헨티나에게 1골은 크게 부족해 보였지만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과시한 한판이었다. 아르헨티나는 13일(한국시간) 새벽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 끝난 나이지리아와의 본선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6분 만에 터진 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의 헤딩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는 무려 20개의 슛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1득점에 만족해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내내 탱고 리듬처럼 강약을 조절하며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바로셀로나)는 상대 수비 2, 3명을 끌고 다니면서도 틈이 보이면 가차없이 왼발슛을 날려 나이지리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결국 전반 6분 백전노장 베론(에스투디안테스)의 오른쪽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왼쪽 풀백 에인세가 후방에서 달려들며 페널티킥 지점에서 몸을 날린 강력한 헤딩슛으로 나이지리아의 골대 왼쪽 구석에 볼을 꽂았다.
하지만 이후 아르헨티나의 무차별 공세는 나이지리아의 골키퍼 빈센트 에니에아마(텔아비브)의 선방에 걸렸다. 이날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도 이례적으로 패배한 나이지리아의 골키퍼 에니에아마에게 돌아갔다.
◆ '다크호스' 슬로베니아 사상 첫 승
'동유럽의 다크호스' 슬로베니아가 알제리를 제물로 월드컵 본선 사상 첫 승리를 거뒀다.
슬로베니아는 13일(한국시간) 폴로크와네 피터모카바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C조 경기에서 후반전에 터진 로베르토 코렌(웨스트 브롬위치)의 결승골에 힘입어 알제리를 1-0으로 눌렀다.
이로써 슬로베니아는 두번째 출전한 월드컵 본선에서 값진 첫 승을 올렸다. 슬로베니아는 첫 출전한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3전 전패로 예선탈락한 바 있다. 아울러 슬로베니아는 승점 3점을 올리면서 미국, 잉글랜드를 제치고 C조 단독선두로 뛰어올랐다.
슬로베니아는 아프리카의 강호 알제리와 팽팽한 접전을 펼쳤으나 득점 소식은 쉽게 들리지 않았다. 팽팽하던 경기는 후반 교체 투입된 알제리 공격수 압델카다르 게잘(시에나)이 상대 골문 앞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자신의 키를 넘어가자 급한 마음에 손을 대며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슬로베니아 쪽으로 넘어갔다. 수적 우위를 확보한 슬로베니아는 후반 34분께 알제리 진영 왼쪽 중앙에서 코렌이 오른발 슛으로 상대 네트를 가르면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올렸다.
◆ 잉글랜드 골키퍼 실수로 승리 날려
60년 만의 설욕을 다짐했던 잉글랜드의 꿈은 골키퍼 로버트 그린(웨스트 햄)의 결정적 실책 하나로 날아갔다.
잉글랜드와 미국은 13일(한국시간)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로열 바포켕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한판이었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미국에 0-1로 무릎을 꿇은 지 60년 만에 명예회복을 다짐했던 잉글랜드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의 선제골로 설욕에 나서는 듯했다. 에밀 헤스키(애스턴빌라)가 상대 문전으로 찔러준 볼을 쇄도하던 제라드가 받아 오른발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결코 잉글랜드에 미소를 짓지 않았다. 전반 40분 미국의 클린트 뎀프시(풀럼)가 페널티 지역 밖에서 날린 왼발 중거리슛을 잉글랜드 골키퍼 그린이 불안한 자세로 잡으려다 그만 뒤로 흘려 버리고 말았다. 화들짝 놀란 그린이 부랴부랴 몸을 날렸지만 공은 이미 골라인을 넘었다. 1-1로 전반을 마친 두 팀은 후반에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끝내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