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축구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자 일부에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라운드 위에서 박지성은 확고부동한 대표팀의 리더지만 흔히 말하는 '짬밥'으로 본다면 캡틴이 되기에 2% 부족했다. 걱정스러운 눈길을 이겨내고 박지성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앞세워 선후배들을 하나로 묶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대표팀 분위기를 가족처럼 만들었다.
박지성이 최고의 주장으로 자리 잡는 데는 전임 주장인 김남일(톰 톰스크·사진)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라운드의 캡틴이 박지성이라면 라커룸 리더는 단연 김남일이었다.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지난 12일 그리스전이었다. 김남일은 경기 전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나서 '후회 없이 싸우자'며 선전을 다짐했다. 후배 정성룡(성남)에게 주전 수문장 자리를 내준 백전노장 골키퍼 이운재(수원)를 따뜻하게 위로했고 대표팀 막내인 21세 동갑내기 이승렬(FC서울)과 김보경(오이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김남일은 허정무 감독 등 코치진과 지원 스태프와도 승리를 기원하며 악수했다.
이처럼 김남일은 '주장 박지성'이 빛나도록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박지성이 젊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선배들과의 연결고리가 돼주는 김남일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 김남일의 위치는 상상 이상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운재(37), 안정환(34·다롄 스더)과는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세 번 연속 호흡을 맞춰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한다. 이영표(알 힐랄)와는 33살 동갑이고 박지성과 이동국(31·전북)은 잘 따르는 후배들이다.
어느새 중앙 미드필더진의 주축인 후배 김정우(28·광주 상무), 기성용(21·셀틱)의 뒤를 받치는 백업 신세가 됐지만 호출을 받으면 '진공청소기'를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스와 1차전 때는 후반 29분 기성용 대신 투입돼 수비형 미드필더로 상대의 공세를 막아내며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남일은 후배들에 대해 "든든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해주고 있고 우려했던 것보다 침착하게 경기 운영도 한다"며 "좀 더 집중하고 서로를 독려해 준다면 아르헨티나와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