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창으로 방패를 뚫어야 한다.
23일(한국시간) 더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나이지리아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을 치르는 태극전사들에게도 이 명제는 절대불변의 진리다. 무조건 승점 3점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상대 골망을 흔들어야 한다.
그런데 나이지리아에는 빈센트 에니에아마(하포엘 텔아비브)라는 뛰어난 골키퍼가 있다. 지난 12일 아르헨티나전에서 상대의 무차별 공격을 마치 신들린 듯 막아냈다. 0-1로 패하기는 했지만 에니에아마가 아니었더라면 나이지리아는 더 많은 골을 허용했을 것이 분명하다. 1-2로 패배한 그리스전에서도 에니에아마는 큰 활약을 했다. 한 명이 퇴장당한 수적 열세 속에서도 그나마 한 골 차이로 진 것은 그의 수훈이었다. 승리를 하지 못하고도 두 경기 연속 MVP격인 '맨오브더매치'로 에니에아마가 선정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당연히 한국의 공격수들은 에니에아마를 무너뜨리는 것이 급선무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우리나라의 골문은 정성룡(성남)이 걸어잠근다. 수치상으로는 정성룡(2 경기 4실점)이 에니에아마(2경기 3실점)에 열세다. 하지만 이것만 제외하면 정성룡이 에니에아마가 뒤질 이유는 전혀 없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비록 4실점을 했지만 위기의 순간을 여러 차례 방어했다. 게다가 첫 골은 자책이었고 세 번째 골은 오프사이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애매한 것이었다. 패전의 멍에를 둘러 썼지만 기량 부족이라 보기는 힘들다. 그런 까닭에 정성룡에 보내는 허정무 한국 대표팀 감독의 믿음은 여전히 확고하다.
정성룡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 골키퍼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터줏대감 이운재(수원)를 밀어내고 '젊은 피'를 수혈했다. 이운재의 경기력 저하에 따른 깜짝 발탁이 아니었다는 점을 정성룡은 몸으로 증명해야 한다. 또한 나이지리아의 파상공세를 저지하고 한국을 16강으로 끌어올릴 임무도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