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에 오르니 8강도 보인다'.
23일(한국시간) 더반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나이지리아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2로 비기며 1승 1무 1패(조 2위)로 사상 첫 원정 16강의 꿈을 이룬 태극전사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던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의 말처럼 이들이 여기에서 만족할리는 없다.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전투 본능'을 이제는 누구도 막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오는 26일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8강전의 상대는 남미의 우루과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밀려 왜소해 보이지만 역대 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강호다.
그러나 허정무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은 자신만만하다. 조별리그보다 오히려 16강전이 더 수월할 수도 있다는 호기도 부릴 요량이다. 쉽게 넘어가기는 힘들겠지만 꼭 넘지 못할 고비도 아니라는 것이다.
조별리그 3경기를 통해 봤을 때 우루과이는 공격 경로가 비교적 단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잡이 디에고 포를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A조 1위인 우루과이의 전술 완성도나 스피드가 A조 2위인 멕시코보다 더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이 싸우기 편한 상대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 경기 내용의 기복이 심하다는 것도 우루과이의 약한 고리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스피드를 앞세워 줄기차게 공략을 하면 우루과이는 제풀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16강전은 조별리그와 달리 토너먼트로 진행된다는 점도 우리에게 나쁘게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외나무다리에서 적수와 마주치는 경기에 강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를 2-1로 꺾은 경험도 있다. 8강전에서는 스페인을 승부차기 끝에 무너뜨렸다. 단판승부에서는 기술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면 정신력이 강한 팀이 유리하다. 천신만고 끝에 조별리그를 통과한 한국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상대를 이겨야겠다는 마음가짐은 더 다부지다.
물론 한국의 약점도 많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와의 A매치 상대전적에서 4패로 절대 열세다. 거기에다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남미 축구 스타일을 구사한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이 1-4로 참패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당시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에 무수히 뒷공간을 허용하며 속절없이 패배했다.
당연히 우루과이전 필승전략은 수비조직의 보강이다. 나이지리아전에서처럼 상대 공격수를 자주 놓친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우루과이는 한국전에서 투박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나이지리아와는 다른 팀이기 때문이다. 주 공격수 포를란을 잡으려다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허용하면 아르헨티나전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전 이후 사흘 만에 경기를 또 치른다. 한국보다 4시간 30분 앞서 멕시코와 경기를 한 우루과이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허 감독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주전들은 나이지리아전에서 거의 90분을 다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