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이정수(30·가시마)는 별명이 '골 넣는 수비수'다. 2002년 FC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에 입단할 때는 공격수였지만 2003년 조광래 당시 안양 감독의 권유로 수비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항상 이정수의 몸속에는 공격본능이 살아 있다. 지난해 일본 J-리그에서도 7골이나 터뜨렸다. 웬만한 골잡이 못지않은 실력이다.
이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이 터뜨린 첫 골도 그의 발에서 나왔다. 이정수는 지난 12일(한국시간)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인 그리스전에서 전반 7분 선제골을 뽑아 경기 흐름을 초반부터 우리 쪽으로 기울어지게 했다. 23일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도 여지없이 큰 일을 저질렀다. 0-1로 끌려가던 전반 38분 만회골을 작렬시키며 추격의 물꼬를 텄다. 이 골이 없었더라면 나이지리아의 거센 공세에 밀려 무승부를 이끌어내기도 힘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정수의 이 골은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정수는 첫 출전한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2골을 수확, 전문 공격수보다 더 물오른 골 감각을 보여줬다. 한국 월드컵 출전 역사상 한 대회에서 2골을 넣은 선수는 1994년 미국 월드컵 때의 홍명보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안정환밖에 없다.
벌써부터 주위에서는 이정수가 남은 경기에서 또 어떤 일로 팬들을 놀라게 할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만약 이정수가 16강전에서 골을 넣는다면 한 대회에서 3득점을 하는 최초의 아시아 선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