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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축구] 자책골로 시작했던 축구천재 동점골로 끝냈다

아르헨전 악몽 박주영, 환상의 프리킥 골로 속죄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도 종횡무진 경기장 누벼

  • 신수건 기자 giant@kookje.co.kr
  •  |   입력 : 2010-06-23 22:21:42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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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 23일(한국시간)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경기 초반 예상보다 빨리 선취골을 내줘 불길한 기운이 들었지만 태극전사들은 불같은 투혼으로 극복했다. 캡틴 박지성이 나이지리아 문전을 좌우로 휘저으며 분위기를 반전시키자 이번 대회 최고의 '럭키 가이'로 떠오른 이정수가 동점골을 만들며 균형을 이뤘다. 그리고 '축구 천재' 박주영이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화룡점정' 마침표를 찍었다.

23일(한국시간) 새벽 더반의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은 16강 진출팀을 가리는 일전인 만큼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감쌌다.

■순간적 수비실수…곧바로 동점골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 때와 같은 4-4-2 전형을 썼다. 투톱에는 박주영과 염기훈이 서고 좌우 날개는 박지성과 이청용이 폈다. 오른쪽 풀백으로 차두리가 복귀했고 골문은 변함없이 정성룡이 지켰다.

전반 초반은 박주영과 박지성, 이청용의 경쾌한 몸놀림이 돋보인 한국의 페이스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상대 공격수를 놓치면서 선취골을 내줬다. 전반 12분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나이지리아의 치디 오디아가 빠른 발로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를 제치며 낮게 크로스했다. 김정우가 오디아의 스피드에 눌린 순간이었다. 왼쪽 페널티지역으로 넘어온 볼은 칼루 우체의 오른발에 걸쳐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위험지역에서 우체를 놓친 차두리의 실책 역시 뼈아팠다. 우체는 곧이어 전반 35분 한국 골대를 때리는 강한 중거리 슛을 날려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 슛마저 골로 연결됐으면 나이지리아 쪽으로 경기가 급속히 기울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행운이 따른 순간이었다.

곧바로 전열을 정비한 한국이 추격의 고삐를 죄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반 38분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전담 키커 기성용이 감아 찼고 문전으로 달려들던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의 오른발에 걸려 동점이 됐다.

■'축구 천재'의 귀환

사진은 동료들을 격려하는 박지성의 모습. 연합뉴스
전반을 1-1 균형을 맞추고 끝낸 뒤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간판 골잡이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후반 4분 대니 시투의 파울로 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오른발로 감아 차기에 딱 좋은 위치. 박주영이 '축구 천재'로 불렸던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각종 국내외 경기에서 환상적인 골을 여러 차례 연출한 위치였던 만큼 본인이 직접 키커로 나섰다. 한 번 숨을 고른 박주영은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고 예리하게 휘어진 공은 오른쪽 골네트를 흔들었다. 철벽 골키퍼 에니에아마가 몸을 날려봤지만 골문 모서리에 꽂힌 볼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는 등 기대에 못 미쳤던 박주영은 이날 월드컵 본선 마수걸이 득점포로 '월드컵 불운'을 한꺼번에 날려 버렸다. 그러나 역전골의 기쁨도 잠시, 후반 수비 강화를 위해 교체 투입된 노장 김남일이 24분 오바시의 공을 가로채려다 뒷다리를 걷어차는 어이없는 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다시 동점이 됐다. 이후 한국은 나이지리아의 공세에 몇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몸을 날리는 투혼을 펼치며 끝까지 잘 버텨냈다.

마침내 종료 휘슬이 울리고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선수들은 울먹이며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보라색 조끼를 입은 백업요원들도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경기를 뛴 선수들과 부둥켜 안았고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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