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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허정무 감독이 23일(한국시간)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선수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한민국이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룩하자 사령탑을 맡고 있는 허정무(55) 감독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허 감독은 세계 축구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쓰면서 당분간 누구도 근접하기 힘든 '명장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허 감독의 리더십은 화합과 자율, 긍정이라는 세 가지 단어로 요약된다. 하지만 허 감독에 대해 여전히 선입견을 가진 축구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허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진돗개'라는 별명처럼 강성 이미지가 강했다. 40대 초반에 처음으로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던 1998∼2000년에는 선수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지닌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로 통했다.
그랬던 그가 부드러운 남자로 변했다. 주변의 권고와 자발적인 심경 변화 때문이었다. 허 감독은 2008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캡틴'을 맡아왔던 김남일(톰 톰스크)이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하게 되자 주장 완장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넘겨주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수단의 자율을 강조했다. 2007년 12월 사령탑에 다시 오른 지 1년이 채 못된 이때를 즈음해 허 감독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졌다.
허 감독은 또 전지훈련 틈틈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서전인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와 최고 경영자 및 유명 인사들의 친화 리더십을 다룬 '따뜻한 카리스마' 등의 책을 읽고 긍정적인 사고와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부드러운 힘을 선수들에게 강조했으며 직접 실천했다.
선수들과 미팅 후 허 감독은 주장 박지성을 중심으로 서로 이야기할 시간을 꼭 준다. 훈련시간에도 패스게임이나 볼 뺏기에 동참하며 항상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과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한다. 이런 행동이 이운재(수원), 안정환(다롄 스더), 김남일, 이동국(전북) 등 고참급 선수와 이승렬(FC서울), 김보경(오이타) 등 젊은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허 감독의 전매특허인 강한 카리스마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승부사 기질은 더욱 빛을 발했다. 주변의 반대에도 새로운 선수를 찾기 위해 실험을 계속했고 '유럽파' 박주영(AS모나코)과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을 대표팀의 주전으로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또 지난 2월 동아시아연맹 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0-3의 참패를 당한 후 이어진 일본과 맞대결에서 3-1 쾌승을 지휘하는 뚝심을 발휘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는 1-4로 완패했지만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승부수를 띄워 한국 축구에 영원히 남을 역사를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