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둥글다'라는 말은 축구계의 영원한 진리.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이 명제는 여러 차례 진실임을 증명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당초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나라들이 줄줄이 중도에 탈락하며 일찌감치 고국으로 되돌아갔다. 반면 월드컵에 첫 출전한 슬로바키아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최약체로 분류되던 뉴질랜드가 한 번도 지지 않고도 16강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시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이번 대회 최대 충격은 2006년 독일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의 좌절이었다. 신진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팀 색깔을 바꿨다고 하지만 이탈리아는 대회 2연패를 노리던 강호였다.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도 조별리그 탈락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조별리그 F조 첫 경기에서 파라과이와 1-1로 비기더니 약체로 평가되던 뉴질랜드와도 무승부(1-1)를 기록한 뒤 슬로바키아에 2-3으로 무릎을 꿇는 대망신을 당했다. 슬로바키아와 비겨도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이탈리아는 그 벽마저 넘지 못하며 2무 1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자국 언론들은 "북한보다 못했다"며 패전팀을 조롱했다.
2006년 대회 준우승팀 프랑스는 더 비참했다.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겨 승점 1점을 챙긴 것을 마지막으로 멕시코(0-2)와 남아공(1-2)에 잇달아 패하며 1무 2패로 결국 귀국용 짐을 꾸려야 했다. 더구나 프랑스는 니콜라 아넬카가 레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항의하다 축출당하는 등 팀 내분을 겪으며 자멸했다. 도메네크 감독은 귀국 후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는 신세가 됐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4강 탈락 역시 뜻밖의 일이었다. 브라질은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먼저 골을 넣고도 1-2로 역전패해 통산 여섯 번째 우승 꿈을 날려 버렸다. 경기 전의 예상은 당연히 브라질의 우세. 하지만 네덜란드의 후반 공세에 밀려 속절없이 무너졌다. 아르헨티나는 더 비참했다. 8강전에서 독일에 0-4의 대패를 당하며 자국 팬들을 망연자실하게 했다. '마라도나의 재림'이라던 리오넬 메시의 활약도 소용이 없었다. '전차군단' 독일의 파상공세에 잇달아 수비가 뚫리며 참패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패배는 공교롭게도 선수와 감독으로서 월드컵 우승을 노렸던 둥가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의 꿈도 짓이겨 버렸다.
일본의 16강 진출도 이번 대회 이변에 속한다. 평가전에서의 부진 등으로 조별리그에서 1승을 올리기도 힘겨워 보였지만 일본은 카메룬(1-0)과 덴마크(3-1)를 누르며 2승 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6강전에서도 파라과이와 접전을 펼친 끝에 승부차기에서 3-5로 지며 8강 진출의 희망을 아쉽게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