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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자린고비` 구단, 팬들 열정을 벤치마킹하라

[창간 63주년 특집] 구도(球都) 부산 - 프로야구 롯데의 과제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0-08-31 19:47:4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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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년 100만 돌파, 지난해 138만 명… 팬 사랑은 우승감
- 선수들 평균연봉 해마다 중하위권… 획기적 투자 없이 우승하기는 힘들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2000년대 초반 암흑기를 거친 뒤 최고 인기구단으로 부활했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성적을 못내고 있다. 사진은 2002년 롯데가 최하위의 부진에 빠져 있을 때 썰렁했던 사직야구장 모습.국제신문DB
롯데 자이언츠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최고 인기 구단이다. 지난해 138만 명의 홈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한 시즌 최다 관중 동원 기록을 세웠을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다.

롯데는 삼성과 함께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지금까지 팀 명과 연고지를 바꾸지 않은 유이한 구단이다. 오래된 역사와 광적인 팬을 보유한 구단이라면 한국시리즈 우승도 수시로 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해까지 28년 동안 단 두 차례밖에 우승 기억이 없다. 가장 최근 정상에 오른 것도 1992년으로 벌써 18년 전이다. 이쯤 되면 인기구단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쑥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도 사직구장은 최근 3년 동안 관중들로 가득 차고 있다. 미스터리에 가까운 '이상 야구 열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승은 남의 일

롯데가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것은 1984년과 1992년 두 번뿐이다. 1995년과 1999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정상 정복에 실패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는 흥미로운 기록을 갖고 있다. 28년 동안 정규리그에서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 1984년도에는 후기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전기리그 1위 삼성과 한국시리즈를 가졌다. 당시 전기리그 성적이 워낙 좋지 않아 전후기 통합 승률은 50승 48패 2무로 0.510에 그쳐 전체 6개 팀 중 네 번째였다. 1992년은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친 뒤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롯데가 지난해까지 28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불과 8차례에 불과하다. 반면 최하위의 수모는 6차례나 당했다. 특히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4년 연속 꼴찌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롯데는 정규리그에서 총 3263경기를 치러 1464승 1715패 84무를 기록, 승률이 5할에도 못 미친 0.461에 그치고 있다. 성적만 본다면 롯데는 불가사의한 구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돈 안 쓰고 성적도 신경 안 쓴다

롯데의 부진 원인에 대해 전문가와 선수, 팬은 이구동성으로 '짠물 경영'을 꼽았다. 한마디로 근검절약 정신을 발휘해 선수들에게 연봉을 덜 주고 성적도 덜 올리는 방법을 썼다는 말이다. 한때 "롯데는 4위만 해도 사직구장이 메워지기 때문에 구단에서 돈을 안 쓴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롯데가 정말 돈 쓰는 데 인색했는지 알아보자. 프로구단의 첫 번째 재산인 선수 몸값을 기준으로 본다면 최근 롯데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8개 구단 전체 평균보다 적었다. 이는 롯데에 스타급 선수들이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고 구단이 선수들에게 적은 연봉을 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매년 각 구단으로부터 자료를 취합해 정리한 결과 2003년 롯데의 평균연봉이 4978만 원이었고 전체 평균은 6550만 원이었다. 2004년에도 롯데 평균 연봉은 5615만 원으로 꼴찌였다. 2004년부터는 6~7위를 왔다 갔다 했고 올해 평균연봉은 8552만 원으로 다섯 번째였다. 그래도 전체 평균 아래였다. 이 정도면 롯데가 투자를 열심히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뿌린 만큼 거둔 셈이다.

■야구를 사랑한 팬들

롯데의 성적에 비해 부산 팬들의 야구 사랑은 뜨거웠다. 롯데는 지난 1991년 100만1920명의 관중을 동원, 한국프로야구사에서 처음으로 한 시즌 관중 100만 시대를 열었다. 이듬해 120만 명을 유치해 2년 연속 100만 관중 시대를 구가했다. 그 뒤 롯데가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부산 팬도 등을 돌렸다. 롯데가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2002년에는 관중도 12만7995명(평균 1910명)으로 떨어졌다. 당시 69명이 스탠드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워낙 관중이 적어 3루수를 봤던 한 선수는 관중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들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스탠드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개와 함께 산책을 한 관중까지 있을 정도였다.

어둠이 아주 길었다. 롯데팬들에게 '8888577'이란 숫자로 통용되는 2000년대 초반의 암흑시대가 7년이나 지속되면서 부산 팬들의 야구 갈증은 심해졌다. 그리고 2008년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로이스터 감독이 취임하면서 '구도 부산'이 되살아났다. 2008년에 137만 명의 관중이 사직구장을 찾아 단숨에 한 시즌 관중 동원 기록을 깼고 '부산발 야구신드롬'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각종 언론에서는 부산 야구 흥행 돌풍을 분석하느라 바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영향을 받아 예전부터 야구 인기가 높았다는 주장과 개방적인 항구 도시의 기질 때문이라는 등 각종 추측들이 난무했지만 똑 부러진 정답은 제시되지 않았다.

확실히 달라진 것은 있다. 팬이 바뀌었다. 1990년대까지 20대 이상의 남성들이 주로 야구장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여성과 가족 위주의 관중이 급격히 늘었다. 나이대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졌을 만큼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팬이 변하면서 야구장에서 빈번했던 소란이나 폭력 사태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야구 자체를 즐기는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됐다.

연도별 평균 연봉

연도

롯데

순위

전체

2003

4978만원

8

6550만원

2004

5615만원

8

7129만원

2005

6084만원

6

7177만원

2006

7008만원

7

8058만원

2007

7661만원

6

8472만원

2008

6511만원

7

7972만원

2009

7286만원

7

8417만원

2010

8552만원

5

8687만원



◆ 우여곡절 롯데 역사

- 백인천 감독과 잘못된 만남
- 40억 쏟아부은 정수근도 실패작

백인천 전 감독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짠돌이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창단 후 지금까지 29년의 구단 역사를 살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확하지도 않다. 한때 롯데는 다른 구단들이 놀랄 만큼 엄청난 돈을 뿌린 적도 있다. 그렇게 하고도 인색하다는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은 화끈하게 쓰고도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돈 잃고 상처까지 받았다.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해 4월 2일 이근수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당시 이 대표는 '바닥에 처져 있는 팀을 살려라'는 그룹의 특명을 받고 야구단에 부임했다.

이 대표의 첫 작품이 사령탑 교체다. 6월 21일 14연패에 빠져 있던 우용득 감독을 해임하고 백인천 감독을 영입했다. 통상 시즌 중에 감독이 물러나면 수석코치 등의 대행체제로 가는데 롯데는 전격적으로 사령탑을 교체했다. 백 감독은 계약기간 2년6개월에 당시로는 특급 대우인 총 7억 원(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을 받았다. 부활에 대한 롯데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프런트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백 감독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그만큼 백 감독을 믿었다. 그게 불행의 씨앗이었다. 구단의 기대와 달리 백 감독은 팀의 주축인 조경환을 트레이드하는 등 자기 스타일에 맞지 않는 선수들을 차례로 내보냈다. 손민한과 이대호까지 트레이드하려고 했다가 구단이 간신히 막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일찌감치 시즌 포기를 선언하고 무리한 훈련을 강행하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결국 백 감독은 다음해 8월 성적 부진으로 해임됐다. 지금은 구단 프런트들이 농담 삼아 백 감독 시절 이야기를 하지만 당시에는 밖으로 말도 못하고 속만 태웠다. 명문 구단을 만들기 위해 해결사로 영입한 백 감독은 팀을 10년 이상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고 롯데는 혹독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이 대표는 2003년 말 또다시 강수를 뒀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외야수 정수근과 투수 이상목을 영입하면서 무려 62억 원을 썼다. 특히 총액 40억6000만 원에 영입한 정수근의 몸값은 당시까지 FA 최고액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잘못된 투자였다. 이상목은 롯데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 삼성으로 옮겼고 정수근은 여러 차례 음주 관련 사고를 친 뒤 야구계를 떠났다.

롯데의 한 프런트는 "이근수 대표가 팀을 살리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는데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해 아쉽다. 그때 제대로 돈을 썼다면 팀은 일찌감치 제자리를 잡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좋은 업적도 있다. 이 대표가 추진해 롯데는 2007년 김해에 2군 전용 연습장인 상동야구장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상동야구장 건설을 위해 역대 구단 사장 중 처음으로 신격호 회장에게 직접 브리핑을 했다는 이야기가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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