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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프로야구] 할머니 보셨죠? 대호…MVP 됐어요

타격 7관왕·9게임 연속 홈런 등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결실

돌아가신 할머니와 헌신적인 뒷바라지 아내

로이스터 전 감독에게 영광 돌려 "내년에는 꼭 팀에 우승 선물"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0-10-25 22:08:3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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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가 25일 프로야구 데뷔 10년 만에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전무후무한 타격 7개 부문 수상과 9경기 연속 홈런 기록 작성 등 올해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는 모두 이대호가 썼다. 이대호가 10년 만에 프로야구 지존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뒷이야기들을 살펴본다.

■2명의 여인-할머니와 부인

롯데 4번 타자 이대호
이대호의 삶을 이야기할 때 두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할머니와 부인이다. 알려진 대로 이대호는 어려서부터 수영 팔도시장에서 된장을 팔았던 할머니 밑에서 컸다. 수영초등 4학년 때 메이저리거 추신수(현 클리블랜드)의 꾐(?)에 빠져 야구를 시작한 이대호는 할머니 은혜를 갚기 위해 열심히 운동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이대호가 경남고 2학년 때 돌아가셨다. 2006년 첫 MVP 도전에서 실패했던 이대호는 할머니에게 영광을 드리지 못했다며 심하게 자책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이대호가 입만 열면 자랑하는 부인 신혜정 씨다. 이대호는 2001년 12월 '고 임수혁돕기 일일 호프' 행사에서 신 씨를 만나 9년 동안 연애를 하고 지난해 12월 26일 결혼했다. 부인에 대한 이대호의 사랑은 극진하다. 프러포즈도 작년 야구장에서 했을 정도다. MVP 시상식에서도 어김없이 부인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럴 만하다. 2002년 이대호가 무릎 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워 있었을 때 곁에서 수발을 들었던 사람이 부인 신 씨다. 부인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대호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1차전에서 맹활약했다. 그러자 한 언론에서 부상은 위장이 아니냐는 기사를 썼고 이대호는 발끈해서 "경기에 나가려고 진통제 8알을 먹는다. 이 사실을 알면 와이프가 운다"고 말해 주위를 잠시 숙연케 했다.

■오해와 진실-불타는 승부욕

이대호는 시상식장에서 "팬들은 내가 사인을 잘 안 해주고 '싸가지가 없다'고 오해를 많이 하는데 전혀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는 이대호의 불타는 승부욕에서 비롯됐다. 지난 8월 12일 사직 삼성전에서 이대호는 7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려 한국 프로야구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경기 후 이대호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팀이 7-10으로 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홈런 신기록을 세워도 팀이 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이대호다. 덩치만큼 승부욕도 엄청나다. 그는 "나도 사인하면서 팬과 웃는 것을 좋아한다. 경기 전에 차가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시합에만 집중하기 위한 콘셉트다. 팬들께서 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고마운 스승-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대호는 7관왕 수상 소감에서 가장 먼저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유가 있다. 이대호는 올해 1위에 오른 타격 7개 부문 중 출루율을 제외하고 나머지 6개 부문에서는 모두 자신의 기록을 깼다. 한계를 넘어섰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로이스터 전 감독의 역할이 컸다. 2008년과 2009년 이대호가 부진에 허덕일 때 언제나 '롯데의 4번 타자는 오직 이대호'라며 힘을 준 장본인이 로이스터 감독이었다.

■라이벌-홍성흔과 류현진

이대호의 7관왕과 MVP 수상의 숨은 주역은 라이벌 홍성흔과 류현진이다. 이대호는 2006년 타격 트리플크라운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에게 MVP를 넘겨줬다. 4년 동안 절치부심해서 기어이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2006년 상 4개를 받았지만 MVP에서 (류)현진이에게 밀려 쓸쓸히 퇴장했다. 그때 더 열심히 해서 꼭 이 자리에 다시 서고 싶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리고 팀 내 라이벌인 홍성흔과의 경쟁을 통해 타격 7관왕의 위업을 이뤘다. 홍성흔은 시즌 초반부터 이대호와 함께 타격 전 부문에 걸쳐 1, 2위 경쟁을 펼쳤다. 지난 8월 15일 KIA전에서 왼손 손등 골절 부상을 입고 정규리그를 접을 때 홍성흔은 타점과 최다안타, 득점 1위였다. 이 부문에서 간발의 차이로 2위를 달리던 이대호는 도루를 제외하고 모든 타이틀을 접수했고 홍성흔은 타율, 타점, 최다안타에서 아쉬운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홍성흔은 3년 연속 타율 2위의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대호는 시상식에서 "(홍)성흔이 형이 농담으로 7개 중 1, 2개를 달라고 했는데 혼자 다 먹어서 미안하다. 내년에도 성흔이 형과 경쟁할 것인데 내가 모두 이길 것이다. 내년에는 성흔이 형이 타율 4년 연속 2위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농담 속에 진심을 내비쳤다.

■남은 꿈-롯데 우승

이대호는 "지금까지 우승이라고는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뿐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감독님을 모시고 꼭 팀에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2005년 MVP를 수상했던 선배 손민한도 당시 "MVP보다 우승 반지를 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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