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겪었어도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압도적인 실력은 변하지 않았다.
볼트는 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결승에서 19초40의 시즌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우승, 달구벌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이날 볼트가 작성한 기록은 2년 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19초19)을 작성한 이후 2년 만에 만들어낸 최고 기록이다.
역대 기록 중에는 두 차례 자신이 작성한 19초19와 19초 30의 세계기록과 마이클 존슨(미국)의 종전 기록(19초32)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출발 반응 시간이 늦었을 뿐 가속도와 질주 능력은 전성기에 뒤지지 않았다.
이날 볼트는 100m에서의 실수가 부담으로 작용한 듯 0.193초 만에 스타팅블록을 박차고 나갔다.
결승에 나선 8명의 선수 중 가장 늦은 기록이다.
볼트는 전날 열린 예선과 준결승에서도 출발 반응 시간이 각각 0.314초와 0.207초로 많이 늦었다.
그러나 늦은 출발에도 탁월한 코너워크와 가속도만큼은 당할 자가 없었다.
곡선 주로를 돌면서 이미 선두로 치고 나선 볼트는 직선 주로에서 이를 악물고 달려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만들어내 달구벌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출발 반응 시간을 제외하면 볼트의 질주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못지않게 폭발적이었다.
19초30의 세계기록을 세웠던 올림픽에서 볼트는 0.182초 만에 출발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베이징만큼 빠르게 출발했다면 19초29까지 가능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19초19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던 베를린에서도 볼트는 출발 반응 시간 0.133초의놀라운 순발력을 보여줬다.
이는 이날 볼트가 출발한 것보다 0.6초나 빨랐던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기록에 0.21초밖에 뒤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가속도가 좋았고마지막까지 속도를 유지할 만한 체력을 가졌다는 방증이다.
가정에 불과하지만 앞선 남자 100m 결승에서의 부정 출발로 위축되지만 않았어도 세계기록까지 가시권에 들어올 만했다.
특히 거듭된 부상으로 인한 침체와 충격적인 실격패를 딛고 만들어낸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2008년과 2009년 연달아 세계기록을 작성한 볼트는 2010년에는 그 기세가 수그러들더니 허리와 아킬레스건 부상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하향세를 탔다.
올 5월 19초56을 찍은 이후로는 19초60대에도 진입하지 못했고 20초대에 그친 경우도 허다했다.
올해 6월 19초86의 시즌 최고 기록을 작성해 전망을 밝혔지만 '전설이 되겠다'며 야심 차게 들어온 대구에서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하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볼트는 이런 모든 나쁜 기억들을 폭발적인 질주로 날려 버리고 아직 자신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