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박태환이 옆 레인의 쑨양과 악수를 한 뒤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2연속 2개 메달 수확 쾌거
- 신예 프랑스 야닉 아넬 금

'마린보이' 박태환(23)은 역시 믿음직스러웠다. 주 종목인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실격 파동'을 겪고도 은메달을 목에 걸더니 걱정했던 자유형 200m에서도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200m 자유형 결승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야닉 아넬(프랑스·1분43초14)에 이어 쑨양(중국)과 함께 공동 은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이 종목에서 마이클 펠프스(미국)에 이어 은메달을 땄던 박태환은 이로써 대회 2회 연속 은메달을 따는 기록을 남겼다. 또 올림픽에서의 메달 수를 4개(금1, 은3)로 늘렸다.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하계 올림픽에서 2개 대회 연속 2개의 메달을 수확한 선수는 박태환이 처음이다.

400m에서의 '악몽' 탓에 박태환은 200m에서의 전망이 썩 밝지는 않았다. 올림픽 2연패와 세계신기록 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던 박태환이었기에 400m에서의 결과는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터뷰 도중 눈물까지 흘렸던 박태환이었다.

실제 박태환은 200m 경기를 앞두고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가다듬고자 경기 당일에는 거의 입을 떼지 않을 정도였다. 그의 전담팀 관계자들도 노심초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스승인 마이클 볼 코치가 의기소침해 있던 박태환을 끊임없이 독려했고, 그는 이내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렸다. 박태환은 200m 예선을 치르고 난 뒤 "어제는 어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몸 상태도 좋아 준결승에서 전체 3위의 성적으로 결승에 오른 박태환은 3번 레인에서 물살을 갈랐다. 그의 오른쪽 4번 레인에는 준결에서 전체 1위 기록으로 결승에 오른 '맞수' 쑨양이, 왼쪽 2번 레인에는 이 종목 세계 최강자 라이언 록티(미국)가 있었다.

박태환의 출발 반응 속도는 0.64초로 결승에 나선 8명 중 가장 빨랐다. 물속에서 나오자마자 야닉이 치고 나갔고, 그 뒤를 토마스 프레이저-홈스(호주), 록티, 박태환 순으로 따라가 첫 50m 구간을 돌았다. 쑨양은 경기 초반 6위까지 처졌다.

박태환은 첫 턴을 하고 나서 피치를 올리기 시작해 100m 구간을 돌 때는 2위로 나섰다. 초반 무리한 듯 홈스가 쳐졌고, 대신 쑨양이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후 박태환은 록티에게 따라잡혀 150m 구간에서는 3위로 밀렸지만 마지막 50m 구간에서 특유의 폭발적인 스퍼트로 맹추격에 나서 결국 야닉에 이어 쑨양과 같은 기록으로 터치 패드를 찍었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라이언 록티, 파울 비더만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모두 제치며 저력을 과시했다.

200m 결승이 끝난 뒤 박태환의 표정에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그는 "자신감이 많지는 않았다. 사실 야닉과 쑨양, 라이언 록티가 메달 싸움을 할 줄 알았다"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색깔은 금이 아니지만 올림픽 메달을 걸 수 있어서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