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의 육상 남자 단거리 3관왕 수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평가받은 미국의 스프린터 타이슨 게이(31)가 예상치 못한 금지 약물에 발목 잡힌 덕분이다.
지난 5월 대회에서 제출한 A샘플에서 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게이는 현재 B샘플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보통 같은 시료에서 채취한 A샘플과 B샘플의 검사 결과가 180도 바뀌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게이는 금지 약물의 덫에 걸려 낙마할 공산이 짙다.
게이는 8월 10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명예회복에 주력할 참이다.
게이의 맹추격에 부담을 느껴 온 100m 세계기록(9초 58) 보유자인 볼트는 시름을 덜게 됐다.
역대 이 종목 세계 3위 기록(9초69)을 낸 게이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로 볼트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는 9초 75, 9초 79, 9초 86 등 시즌 1∼3위 기록을 잇달아 찍고 볼트를 위협했다.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100m와 200m(19초 19)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한 볼트는 이번 세계 대회에서 두 종목 모두 기록을 갈아치우겠다고 선언했으나 올해 기록은 신통치 않았다.
볼트의 올 시즌 100m 최고기록은 지난달 자메이카 대표선발전에서 남긴 9초 94다. 개인 최고기록보다 0.36초나 늦다.
그는 6월 7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로마 골든 갈라 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 95에 머물러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에게 0.01초 차로 우승을 빼앗기기도 했다.
볼트가 IAAF 주관 대회에서 패하기는 2년 만의 일이었다.
볼트의 부진과 게이의 상승세가 쌍곡선을 그리자 육상팬들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처럼 두 선수 간의 라이벌전을 고대했으나 게이의 느닷없는 약물 스캔들로 기대감은 산산조각이 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볼트가 혜성처럼 나타나기 전 게이는 똑같이 금지 약물에 휘말린 동갑내기 아사파 파월(자메이카)과 더불어 남자 단거리를 양분했다.
그는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0m, 200m, 400m 계주 3관왕을 달성하고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196㎝의 큰 키와 폭발적인 스퍼트를 앞세운 200m 전문 선수 볼트가 100m까지 영역을 넓히자 순식간에 단거리 판도는 바뀌었다.
볼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보란 듯이 게이를 따돌리고 단거리 3관왕을 달성하며 역사상 최고 스프린터로 우뚝 섰다.
이듬해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을 잇달아 수립하고 3관왕을 재현했고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부정 출발로 100m 타이틀만 놓쳤을 뿐 200m와 400m 계주를 휩쓸고 최강의 입지를 다졌다.
각종 부상에 시달린데다, 새로운 경쟁자 요한 블레이크(24·자메이카)의 등장으로 챔피언 수성이 여의치 않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볼트는 100m, 200m, 400m 계주에서 잇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스프린터로는 최초로 올림픽 2회 연속 3관왕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키 180㎝인 게이는 스타트에 약한 볼트의 약점을 파고들었으나 후반 스퍼트에서밀려 번번이 고배를 들었다.
볼트보다 키가 작은 게이는 그를 따라잡고자 보폭을 넓히려다 허벅지 근육통을 앓고 고전하기도 했다.
게이는 고관절 수술로 2011년 대구 세계대회에 결장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4위에 머물렀다.
신체의 약점을 스피드로 극복하고 볼트를 거의 따라잡은 '호적수' 게이가 무너지면서 당분간 볼트의 천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볼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올림픽 3회 연속 3관왕을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상태다.
200m에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만큼 100m에서 블레이크, 게이틀린만 따돌리면 손쉽게 우승을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스프린터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게이는 미국도핑방지위원회(USADA)의 징계를 받으면 볼트와 대결할 마지막 기회를 잃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