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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고장으로 임시 조치를 취해 놓은 부산 사직야구장 전광판의 모습. 글자가
적혀 있던 아랫 부분이 비어 있는 대신 글자들이 위쪽으로 당겨지면서 관중석에서는 알아보기가 어렵다. 전민철 프리랜서 |
- 2009년 내구 수명 다했지만
- 시 "예산난"… 롯데 "계약대로"
- 관리 주체 서로 책임 떠넘겨
"전광판이 왜 저래? NC의 7번 타자 이름이 뭐라고 써 있는거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지난 18일 부산 사직야구장 관중석 곳곳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전광판에 쓰여진 양 팀 선수의 라인업과 시즌 기록 등을 알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김현성(46·부산 금정구 구서동) 씨는 "가뜩이나 더운데 전광판 글자마저 잘 보이지 않아 짜증스럽다"면서 "'야구 도시'라는 부산의 사직구장 시설이 이토록 열악해서야 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사직구장의 전광판이 고장을 일으킨 것은 약 1개월 전이다. 메인 컨트롤러(전광판 운영 컴퓨터에 기록된 내용을 화면에 표출하는 장치)가 습기에 부식되면서 화면에 심각한 '노이즈'가 생긴 것이다.
롯데 구단은 이런 문제를 임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광판 아랫 부분의 전원을 차단시키고, 아랫 부분에 표시되던 글자들을 위쪽으로 끌어올렸다. 이러다 보니 글자의 크기가 줄어들었고, 행간이 좁아지면서 글자를 읽기 어려워졌다.
전광판이 고장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수리 또는 교체는 하세월이다. 부산시는 최근에야 메인 컨트롤러를 교체하기로 결정했으나 장비 구입과 설치 등에 약 3개월 이상이 소요돼 올 시즌 동안 팬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또 메인 콘트롤러를 교체하더라도 글자의 밝기 등은 개선이 되지 않아 '땜질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직구장의 전광판이 고장을 일으킨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해당 전광판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2001년 설치됐다. 전광판의 내구연한은 설치 후 8년으로, 2009년 이미 수명이 다했다. 교체돼야 할 전광판을 그대로 계속 쓰다 보니 크고 작은 고장이 계속 발생했다. 그러나 관리주체인 시와 롯데 구단 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
일차적인 잘못은 시에 있다. 사직구장과 비슷한 시기에 설치된 서울 잠실구장 전광판은 2009년 새 것으로 교체됐다. 40여억 원의 교체비용은 전액 서울시가 부담했다. 서울시가 연고팀인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와 맺은 잠실구장 위탁관리계약에 따른 것이다.
부산시 역시 서울시와 거의 비슷한 내용의 계약을 롯데와 체결했다. 당연히 부산시가 전광판을 교체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매년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전광판 교체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예산 편성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롯데 측이 비용을 부담하면 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 구단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롯데 자이언츠 서정근 사직야구장 관리소장은 "원칙적으로나 계약상으로나 시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다"면서 "시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단으로서도 (교체비용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