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박병호(27·넥센)가 준비한 가을 잔치 비장의 무기는 화끈한 스윙이 아닌 날렵한 발이었다.
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끝난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 PO) 2차전에서 박병호가 또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홈런 1개와 2득점을 올리며 존재감만으로 9회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에 간접 영향을 끼친 박병호는 이날은 빠른 발로 끝내기 득점을 올리고 포효했다.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두산 구원 오현택에게서 몸에 맞은 볼로 출루한 박병호는 누상에서 상대 배터리를 괴롭히며 '발야구'에 시동을 걸었다.
1사 후 김지수 타석에서 두 차례나 히트 앤드 런 작전이 나오자 박병호는 전력질주로 언제든 3루까지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는 전날에도 2-2로 맞선 6회 2사 2루에서 이성열의 짧은 좌전 안타 때 민첩하게 홈을 쇄도해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박병호를 베이스에 묶어두고자 오현택이 무리수를 두다가 결국 경기를 그르쳤다.
오현택이 1루에 견제구를 던졌으나 이 공이 1루수 김현수의 글러브를 맞고 외야쪽으로 흐르면서 승부 추는 급격하게 넥센 쪽으로 기울었다.
1루로 귀루하던 박병호와 견제구가 겹쳐 김현수가 제대로 받지 못했다.
공이 외야로 한없이 흐르자 박병호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신나게 내달렸다.
맥이 풀린 오현택은 결국 1사 3루에서 김지수에게 우중간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맞고 주저앉았다.
이날 두산 왼손 선발 유희관에게 꽁꽁 묶여 3타수 무안타에 그친 박병호는 유희관 강판 이후 힘을 내기 시작했다.
0-1로 뒤진 8회말 2사 2루 4번째 타석에서 그는 타석에서 방망이만 들고 있어도충분히 점수를 뽑을 수 있다는 신공을 선사했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박병호를 거르고자 아예 서서 공을 바깥쪽으로 요구했으나 구원 투수 홍상삼이 포수의 키를 넘기는 어처구니 없는 폭투를 범했다.
그 사이 2루 주자 서건창이 3루에 안착했다.
흔들린 홍상삼은 2구째 원바운드 볼을 뿌렸지만 이 공은 포수 양의지의 블로킹을 맞고 옆으로 튀었다.
그 틈을 타 서건창이 홈을 밟아 넥센은 안타 1개 없이 연속 폭투로 동점을 이뤘다.
박병호에게 안타를 맞았다가는, 특히 장타를 맞았다가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두산 구원진의 머릿속에 완전히 뿌리내려 최대한 피하려다가 도리어 역효과를 낸 셈이다.
볼넷으로 걸러 박병호를 주자로만 묶어놓겠다는 두산의 계획도 연장 10회 예상치 못한 큰 실책 탓에 결국 물거품이 됐다.
'박병호 시리즈'에서 다양한 공격 기술을 펼친 박병호에게 '트라우마'를 절감한 두산이 3차전부터 어떻게 반격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