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포수 최재훈(24)이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화려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최재훈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0-1로 끌려가던 6회말 전세를 뒤집는 투런포를 터뜨려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1사 1루에서 넥센 두 번째 투수 앤디 밴헤켄의 첫 공을 흘려보낸 최재훈은 2구째 시속 142㎞ 직구가 약간 높게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20m 포물선을 그렸다.
타구의 궤적을 쫓아가던 넥센 좌익수 문우람이 걸음을 멈추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 최재훈의 얼굴에도 환희가 번졌다.
매년 무명 선수를 스타로 만들어내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두산은 특히 실력 있는 포수들을 여럿 조련해 낸 '포수 사관학교'로도 통한다.
최재훈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두산의 새로운 '히트 상품'이다.
김현수나 이종욱 등과 마찬가지로 최재훈도 2008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신고 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2007년 각종 전국대회에서 타율 0.429를 기록했음에도 프로의 문은 좁았다.
입단 첫해 1군에 단 한 경기밖에 나서지 못한 최재훈은 경찰청 복무 등을 거쳐 2012년에야 다시 1군에 얼굴을 내밀었다.
지난 시즌 기록은 69경기에서 타율 0.209와 홈런 1개, 8타점이었다.
양의지라는 뛰어난 주전 포수를 제치기에는 부족한 성적이지만, 최재훈에게는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인 뛰어난 수비력이 있었다.
지난해 최재훈은 두산의 수석코치이던 이토 쓰토무(51) 현 지바 롯데 마린스 감독의 애제자였다.
이토 감독은 1982년에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03년까지 22시즌을 뛰면서 퍼시픽리그 14회 우승과 일본시리즈 8회 우승을 일구며 팀의 황금시대를 연 명포수 출신이다.
이토 감독의 지도로 어느새 '수비력만큼은 팀 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들은 최재훈은 올해도 정규리그 60경기에 출전, 타율 0.270을 기록하며 백업 포수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들어 아예 주전으로 뛰어오를 기회를 잡았다.
시리즈 내내 주전으로 안방을 지킨 최재훈은 두산이 1∼2차전을 내리 내주고도 3∼4차전을 잡아 시리즈의 균형을 맞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3차전에서는 상대의 도루 시도를 세 차례나 저지해 넥센이 자랑하는 기동력을 완벽하게 묶어 짜릿한 끝내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2차전에서 3연속 폭투가 나오는 등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많은 선수가 큰 무대의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거듭 황당한 실책을 반복했지만, 최재훈의 안정감은 빛났다.
3차전에서의 수비가 최재훈을 '빛나는 조연'으로 만들었다면, 이날의 홈런은 그의 위상을 아예 '주연'으로 끌어올렸다.
1회 이택근의 도루를 저지해 추가 실점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빛나는 수비력도 그대로였다.
초반에 흔들리던 선발 이재우를 다잡은 배경에도 최재훈의 수비가 있었다.
최재훈은 "넥센 주자들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뛰기에 '제가 잡을 테니 형은 자신 있게 공을 던지라'고 말한 뒤에 힘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 어깨가 강한 것을 알면서도 자꾸 뛰는데, 잡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이제는 '뛰어라'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최고의 수비력에도 공격력이 아쉽다는 평가를 듣던 최재훈은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뒤흔들 만한 커다란 대포까지 터뜨려 '신데렐라 스토리'의 막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최재훈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때에는 벤치에 앉아서 보기만 했는데, 올해 경기에 나가니 너무 긴장이 돼서 경기 전에 가슴을 주먹으로 치곤 했다"면서 "갈수록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