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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18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최광복 코치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 엎치락 뒤치락 치열한 2파전 전개
- 여자 3000m 계주 반 바퀴 남기고
- 긴 다리로 선두 中 잡고 전세 역전
- 1500m 아쉬움 보기 좋게 되갚아
'차세대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가 번개 같은 금빛 역주로 빅토르 안(29·안현수) 파문에 고개 숙였던 한국 쇼트트랙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이 열린 18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한국과 중국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한국의 최대 위기는 마지막 두 바퀴를 책임진 2번 주자 교체 순간이었다. 박승희(22·화성시청)가 힘껏 미는 순간 심석희(17·세화여고)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그 사이 500m에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차지했던 중국의 2번 주자 리젠러우가 저만치 앞서 나갔다. 속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쇼트트랙 마지막 레이스에서 좀처럼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까지 벌어졌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중국에 금메달을 빼앗긴 한국이 설욕에 실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7세의 여고생 스케이터 심석희의 눈에는 리젠러우가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았다. 긴 다리를 이용해 성큼성큼 속도를 붙인 심석희는 마지막 코너에서 반바퀴를 남기고 바깥쪽으로 크게 돌면서 마침내 리젠러우를 따라잡고 전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순간적인 스피드와 강한 체력을 갖춘 과거 한국의 '쇼트트랙 영웅'들이 자주 보여주던 깨끗한 역전극이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이끌 선수'라는 평가를 듣던 심석희의 재능을 고스란히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마지막 주자로 넘어가던 상황에 대해 박승희는 "제가 마지막에 추월을 당해 막내에게 큰 부담을 준 것 같아서 경기가 끝나고서 눈물이 나더라"며 미안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석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제 차례가 되자마자 앞으로 더 치고 나가려고 했다. '나갈 수 있다. 할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1500m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다"면서 "언니들이 제가 부담감을 덜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은 응원을 해줘서 자신감을 느끼면서 경기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역대 한국의 스타 선수들보다 훨씬 큰 173㎝의 큰 키를 자랑하는 심석희는 강한 승부근성과 성실함으로 자칫 약점이 되기 쉬운 순발력과 체력까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앞서 열린 1500m 결승에선 금메달을 목전에 두고 베테랑 저우양(중국)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하는 아쉬움을 겪기도 했다. 금메달을 놓치고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다가 "그래도 기쁨이 더 크다"며 마음을 다잡은 심석희는 사흘 뒤 벌어진 이날 3000m 계주 결승에서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역전극을 펼쳐 사흘 전의 패배를 보기 좋게 되갚았다. 이를 악물고 짜릿한 역전에 성공한 심석희는 마지막까지 모든 힘을 짜내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야 두 팔을 뻗으며 환희의 탄성을 내질렀다. 최광복 코치의 품에 안긴 그는 함께 고생한 조해리(28·고양시청) 김아랑(19·전주제일고) 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며 가슴 속에 담아뒀던 진짜 눈물을 펑펑 쏟았다.